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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칙 따라 조국 수사…좀 있으면 다 드러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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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국회 법사위 대검찰청 국감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 총장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검찰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개혁방안을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국회 법사위 대검찰청 국감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 총장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검찰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개혁방안을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뉴스1]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감에서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권이 검찰에 대한 압박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는 데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다. 지난 8월 27일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돌입한 지 51일 만에 나온 윤 총장의 공식 언급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국감서 답변 #“이런 사건 내 승인 없이 못해 #예나 지금이나 난 정무감각 없어 #정신 차리고 똑바로 일 하겠다” #윤석열 총장 10시간 국감 답변 #한겨레신문 ‘별장 접대’ 보도엔 #“1면에 사과하면 고소 다시 검토” #박지원, 정경심 옹호발언 이어지자 #격앙된 톤으로 “특정인 보호하나”

윤 총장은 “(조 전 장관 관련 사건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방침이다”며 “절차에 따라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답변 과정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하겠다”며 “이제 조금 있으면 다 드러날 텐데 기다려 달라”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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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은 조 전 장관 관련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해선 “이런 종류의 사건은 제 승인과 결심 없이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논의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 과정이 어땠는지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조 전 장관과의 ‘동반 사퇴론’에 대해선 “제게 부여된 일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충실히 할 따름”이라고 답변했다. 검찰총장의 임기제(2년)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1988년 도입됐다. 윤 총장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 총장은 최근 검찰 개혁이 화두가 된 이유에 대해선 “권력형 비리,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국민들 생각하시기에 검찰이 떳떳하지 못했다는 점과 검찰이 너무 많은 권한 갖고 있다는 점, 이 두 가지를 생각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어떤 과제를 이행했느냐’는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건 검사들의 소신과 자기 헌신적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살아 있는 권력’ 언급이 조 전 장관 관련 수사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전제로 야당 의원들의 질의도 잇따랐다. 정 의원은 “정부와 여권이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한다”며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 (조 전 장관) 가족 소환 방식에 대한 윤 총장의 의견을 물었다. 검찰은 정 교수를 비공개 소환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 배우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MB 때 검찰 중립성 쿨했다, 대통령 형 구속해도 관여 없어”

윤 총장은 “밖에서는 어떻게 보실지 몰라도 수사팀의 판단에 의해 어떤 부끄러움 없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 이뤄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 중립성=“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 특수부장으로 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뭐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간부들이 17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총장, 복두규 사무국장, 이두봉 과학수사부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이원석 기조부장, 강남일 차장검사,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강 차장검사 뒤), 조상준 형사부장, 노정연 공판송무부장, 문홍성 인권부장. 이날 여야는 공수처 도입과 패스트트랙 수사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과 간부들이 17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총장, 복두규 사무국장, 이두봉 과학수사부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이원석 기조부장, 강남일 차장검사,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강 차장검사 뒤), 조상준 형사부장, 노정연 공판송무부장, 문홍성 인권부장. 이날 여야는 공수처 도입과 패스트트랙 수사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연합뉴스]

윤 총장은 자신의 검사 인생 중 ‘가장 일하기 좋았던 시기’로 이명박 정부를 꼽았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사 오래 하셨는데 검찰에 대한 중립성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현 정부 중 어느 정부가 그나마 중립적인가. 그나마 중립을 보장하고 있나. (답이) 어렵냐”고 묻자 나온 답이었다. 윤 총장의 답변에 이 의원은 급하게 말을 끊으며 “자, 총장님 좋습니다. 자 그러면…”이라며 다음 질문을 했다.

윤 총장이 말한 ‘이명박 정부 때 특수부’ 시절은 그의 경력상 2009년 1월 이후 대구지검 특수부장→대검 범죄정보2담당관→대검 중수2과장→대검 중수1과장 등 검찰의 요직을 순탄하게 거친 기간이다. 2012년 6월 대검 중수부는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했다. 윤 총장은 당시 중수1과장으로 이 수사를 이끌었다.

윤 총장은 조 전 장관 수사를 의식한 듯 ‘과거와 비교해 변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정무 감각이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오전 국감에서 대한민국의 공직자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별장 접대 의혹 보도=윤 총장은 ‘건설업자 윤중천씨 별장에서 윤 총장이 접대를 받았다’는 한겨레 보도(1면)에 대해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총장은 법사위 위원 질의 대부분에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한겨레 보도에 관해서는 강하게 발언했다. 한겨레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을 철회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의에 답변하던 중 깍지 낀 손을 풀기도 했다.

윤 총장은 “살면서 어마무시한 공격을 많이 받았지만, 누구를 고소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서 “그러나 이 보도는 확인 없이 게재했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검찰이라는 기관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왜 이런 보도를 하게 됐는지, 같은 지면에 공식 사과를 한다면 고소를 유지할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지원과 신경전=윤 총장은 ‘정치 9단’으로 불릴 만큼 노련한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과의 질의 답변 과정에서 목소리를 한 톤 올렸다. 박 의원이 “범행 일시·장소·방법이 지금 정경심 교수를 첫 기소한 공소장 내용과 완전히 다르다. 이런 것은 과잉기소 아닌가?”라고 하자 윤 총장은 “과잉인지 아닌지 설명하려면 수사 설명을 해야 하는데 수사 상황을 말씀드릴 수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박 의원이 “정 교수는 소환도, 조사도 안 하고 기소했다”고 하자 윤 총장은 목소리를 높이며 “의원님, 국감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느 특정인을 여론상으로 보호하시는 듯한 그런 말씀 자꾸 하시는데, 제가 지금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보호하는 게 아니다”며 ‘방어 모드’로 전환한 박 의원이 “아니 그러니까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한데…”라고 계속하자 윤 총장은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며 “이제 조금 있으면 다 드러날 텐데 기다려 주시죠”라고 받았다.

이날 오전 10시 개의한 대검 국감은 10시간 만에 종료됐다. 마지막 질의에 나선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검찰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권력에 주춤거리고 멈칫거렸다”고 지적하자 윤 총장은 “검찰도 많이 변했다. 여러 부침을 겪으며 원칙에 어긋난 일 처리를 하게 되면 반드시 나중에 좋지 않다는 걸 경험칙으로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 정신 차리고 똑바로,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국록 먹는 사람이니 똑!바로 일하겠다”며 ‘똑바로’를 두 차례 반복했다. 마지막 ‘똑바로’를 이야기할 땐 한 음절씩 끊어 말하며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장혁·김기정·김수민·정진호·윤상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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