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신경전…로비도 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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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정감사 때 증언대에 내세울 증인선정을 놓고 해당부처·관계업체들의 로비가 무성한 가운데 야당의 정치공세 성 증인요구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규동·전기환씨 등 백담사일가족, 허문도·이상재씨 등 5공 핵심인사 등 거물급이 수두룩했던 작년에 비해선 관심 끌 인물이 적은 대신 야당 측이 서동권 안기부장·박철언 정무장관·김기춘 검찰총장 등의 증인출석 공세를 벌이는 바람에 정부·민정당은 골치를 썩이고 있다.
19일까지 16개 상임위에서 채택한 증인은 모두 1천9백73명으로 이중 37명의 일반증인을 빼면 나머지는 수감대상 3백29개 기관의 책임자(장)와 고위실무관계자. 이들은 자동적으로 증인이 되는데 국방위의 경우 안기부감사 때 서동권 안기부장, 육군본부 감사 때 이종구 참모총장이 증인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해엔 5백77개 감사대상기관의 기관장과 부서장 2천4백23명과 백담사일가족등이 낀 별도증인 1백69명을 합해 2천5백92명. 그 동안 증인선정에서 문제점들이 지적돼 별도의 일반증인은 5분의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현재 일반증인을 확정한 위원회는 내무·재무·상공·노동·교체 등 5개 상임위로 증인채택과정에서 공안정국. 대북 비밀 외교 문제가 새로 등장했고 노사분규·부실기업·한은특융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도청 설로 관계된 기술자가 증언대에 나온다.
공안통치 관계자들을 벼르고 있는 평민당은『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증인요구 하라』(김대중 총재)는 방침에 따라 서 안기부장과 김기춘 검찰총장을 일반증인으로 세우려고 파상 공세를 벌여 18일 노동 위에서 표결 끝에 김 총장을 증인채택 하는데 성공했다.
김 검찰총장의 노동위증인 채택은 의외의 결과로 평민당 측은 당초 법사위에서 서경원 의원 수사과정에서의 가혹행위, 변호인접견금지 등을 따지겠다며 김 총장과 담당검사, 서 의원등을 증인으로 부르자고 요구했었으나 그럴 경우「재판정」이 될 우려가 있다고 다른 두 야당이 소극적이어서 실패했었다.
노동 위에선 4백여 명의 노동자를 구속하는 등 공안통치에 의해 노사간 중립을 깨뜨렸다는 이유로 김 총장을 증인으로 요구했는데 민주당 노무현 의원이 가세한데다 공화당이 야 3공조에 합세하고 위원장이 평민당(김영배)이어서 반대하는 민정당을 밀어붙인 것이다.
그러나 정부·민정당 측은 국회답변도 나가지 않는 검찰총장의 증인출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위원회가 정식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내면 소명조치를 취해 출석을 안 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감사에서 증인채택 여부로 가장 관심 가는 것은 박철언 정무장관. 박 장관은 청와대정책보좌관이던 지난 7월초 평양축전 참가 설 등 대북 비밀외교 담당여부를 추적하기 위해 청와대를 맡는 운영위에서 야당 측이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민정당 측은 처음 절대불가입장을 보였다가 l8일 한때 외무위로 교통정리 해 증인으로 부르자고 양해하는 듯 했으나 다시 이를 번 복, 거부키로 했다.
야당 측은 증인채택이 정 안될 경우 정무장관실을 감사하는 행정 위에 의무적으로 나올 때 다른 것을 제쳐놓고 대북 비밀외교 설만을 따지겠다고 하고 있어 박 장관은 외무·행정·운영위의 3곳 중 어느 한군데선 증언을 해야 할 처지에 몰리고 있다.
재무위에선 부실기업정리와 관련, ADB(아시아개발은행)부총재로 나가 있는 정인용 전 재무장관을 작년에 이어 다시 증인채택 했고 부실기업 사후관리 등 부실채권문제, 한은특융과 관련해 이현기 상은, 송보열 제일, 김영석 조흥, 이광수 서울신탁은행장 등 4개 시중은행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또 송병순 광주은행장과 고광식 전북은행장을 부실대출을 문제삼아 증인채택 했다.
그러나 정전장관은 장기간 필리핀 체류중인 데다 부실기업정리공략 때마다 처음엔 기세 좋게 나가다가 흐지부지 꼬리를 도사려「부실위원회」로 찍혀 있는 재무위가 이를 제대로 다룰지 미지수.
5공 시절 해운문제와 관련, 상공 위에선 박성상 전 수출입은행장을 증인채택. 이는 대우조선과 배 12척을 수주한 후 파산한 미국의 유에스라인의 보험료문제로 보험체결 시 유에스라인의 신용조사를 제대로 안 해 수출입은행이 적립해 놓고 있던 수출보험기금을 몽땅 털어놓고도 모자라게 된 상황을 추궁하기 위한 것.
교체 위에서 전화국도청여부를 따지겠다며 전자통신연구소의 강철희 정보통신기술단장과 임석홍 광화문국제전화국 ITMC실장을 부르기로 했다.
이들은 「비음성통신용 전송품질측정 시스템」의 내용을 듣기 위해 나오게 되는데 이 시스템은 최근 안기부에서 각 전화국에 설치했다가 철거한 것으로 알려진 소위 도청용 블랙박스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아직 증인채택이 안됐지만 거론되는 사람으로 경과위의 경우 6공 특혜로 지목되고 있는 대우조선정상화지원, 한 진의 조선공사인수와 관련 김우중 대우회장과 조중훈 KAL회장을 부르자고 야당 측에서 요구하고 있으나 일단 기획원보고를 들은 뒤 결정키로 후퇴.
문공위에선 MBC파업사태를 추궁키 위해 노사양쪽 대표를 증인 채택할 움직임을 보여 관심.
아무튼 이번 감사에선 일반증인의 숫자가 작년보다 크게 떨어지는데 기본적으로 5공 문제가 소진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제점 추적의 열의나 쟁점별로 능력이 떨어지고 지난해부터 노하우를 익힌 관련기업들의 치열한 로비가 먹히고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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