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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시장 ‘카스테라 전쟁’ 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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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카스, 테라

카스, 테라

9년간 큰 변동이 없던 맥주 시장 판도가 바뀔 조짐이다. 2위 사업자의 신제품이 상당한 인기를 얻으면서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도 맥주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출시 7개월 테라, 1위 카스 맹추격 #서울 주요식당 점유율 22%P 앞서 #카스, 올해 4번째 가격인하로 맞불

오비맥주의 카스는 2011년 이후 지금까지 분기별 판매량 기준 1등 자리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부동의 1위 브랜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분기 매출액(3311억7200만원) 기준 카스후레쉬·카스라이트 맥주시장 점유율은 41.2%를 차지했다.

카스의 지위는 여전히 공고하지만, 오비맥주 입장에선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이 통계는 업소판매량을 제외한 편의점·백화점·할인점·슈퍼·식품점 판매량을 집계한 수치다.

집계·발표하지 않는 업소판매량은 평균적으로 전체 맥주 판매량의 60% 안팎을 차지한다. 최근 유흥·외식업소에서 ‘테슬라’라는 용어가 유행하면서 경쟁 맥주 제품 판매량이 급등세다. 테슬라는 소주(참이슬)를 맥주(테라)에 타먹는 이른바 ‘소폭(소주+맥주 폭탄주)’이다.

하이트진로가 3월 21일 선보인 신제품 테라는 8월 27일 기준 2억204만병이 팔렸다. 초당 14.6병꼴이다. 메리즈총금증권이 지난달 16일 서울 주요 지역(강남·여의도·홍대) 식당의 주류 점유율을 설문한 결과, 테라의 맥주 시장 점유율(61%)이 카스(39%)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게 판매량이 늘어나는 테라의 공세에 쫓기는 입장인 카스도 맞불을 놓으며 추격 차단에 나섰다. 최근 맥주 시장 동향을 두고 주류업계가 ‘카스테라 전쟁’이라고 칭하는 배경이다.

오비맥주의 대응은 출고 가격 변동이다. 오비맥주는 “10월 21일부터 카스 전제품 출고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고 밝혔다. 오비맥주가 출고가격을 조정한 건 올해만 벌써 4번째다. 외식업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병맥주(500㎖)를 기준으로, 1147원에 판매하던 카스 출고가격을 지난 4월 4일 1203.22원으로 인상했다. 7월부터 다시 원래 가격(1147원)으로 내렸다가 9월 1일(1203.22원) 다시 올렸던 가격을 이번에 또 인하(1147원)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 맥주업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류 제조사가 주류 출고가를 변경하고 싶으면 국세청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 제도는 올해 신고제로 바뀌었지만, 정부 눈치를 보는 규제산업의 특성상 주류업체가 가격을 수시로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주류업계가 오비맥주의 잦은 출고가 변동을 ‘테라 견제 정책’이라고 해석하는 배경이다. 오비맥주는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일 뿐 특별한 배경은 없다”며 “원가상승 요인을 고려해서 가격을 인상했다가, 맥주 세금 제도 변경(종량세)을 고려해 다시 가격을 낮췄다”고 주장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통상 마케팅 비용 100억원을 투입해야 맥주 시장 점유율 1%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주류업계 정설”이라며 “하지만 올해 테라의 등장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이례적으로 업계 판도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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