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한·일 갈등 연내 끝내야…물밑 접촉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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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 설명회에 앞서 한 참석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 설명회에 앞서 한 참석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하는 등 경제 챙기기에 나선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투자설명회(IR)를 열었다. 일부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그는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선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라고도 언급했다.

“한국경제 튼튼” 뉴욕서 설명회 #“이낙연 총리 방일 모멘텀 될 것 #IMF 총회서 일본에 공격 자제” #해외 투자자, 최저임금 질문엔 #“시장 부담 주던 정책 보완 진행”

그는 뉴욕에서 연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관련 한국 기업의 피해에 대해 “아직까지 부품·소재 조달이나 생산에 차질이 있다고 신고한 기업은 없다”며 “다만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힘들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 갈등은 어떤 형태로든 올해를 넘기지 않고 해소돼야 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협의 중인 것 외에도 다른 여러 통로를 통해 접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오는 22일)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것이 좋은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밝힌 그는 “예단할 순 없지만, 이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날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도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도 일본을 콕 집어 날을 세우진 않겠다고 했다. 양국의 관계 개선을 기대한 ‘수위조절’로 해석된다. 그는 “일본을 정식으로 거명하진 않고, 수출 규제로 치고받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회의 주제의 하나인 글로벌 밸류체인(공급망)이 손상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론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투자가들이)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제처럼 기업활동이 제한되는 정책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우리도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홍 부총리는 이에 앞서 열린 글로벌 투자은행(IB)·자산운용사·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IR에서도 이런 정책에 대한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친화 정책을 더 도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홍 부총리는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이나 52시간 근무제 등이 시행됐다”며 “방향이 바람직하지만, 시장이나 기업·경제가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시장의 기대보다 빠르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시장에 부담을 주던 정책에 대해 보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을 2.87%로 낮췄고, 52시간 근무제 관련해 중소기업 부담을 줄이는 보완 조치를 병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홍 부총리는 “국민연금이 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일각에서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하기 위해 만든다는 지적이 있으나 제가 알기로는 이런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디플레 경계하지만 우려 없다”=그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정부도 디플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물가하락은 일시적 현상이며, 지금이 디플레 상태라거나 디플레가 우려되는 상태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해외에서 우리 정부의 친노동 성향, 악화는 경제 지표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홍 부총리가 IR을 통해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는 “한국 경제는 튼튼한 대외건전성과 견고한 재정, 균형 잡힌 산업구조의 3대 충격 완충장치를 바탕으로 강한 복원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경기 확장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있으며, 금리도 인하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가 불투명한 대외 여건 속에서도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가운데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재정 및 대외 건전성도 다른 선진국보다 우수하다고 말했다. 다만 리스크 요인으로 가계 부채와 한·일 무역갈등을 지목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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