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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방송정상화부터 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파는 궁극적으로 국민 모두의 소유이기 때문에 방송이란 국민을 위한 공익적 매체임을 부정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방송인의 제작 및 송출행위는 국민의 수임사항이며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는 것은 방송인의 국민에 대한 책임이요, 의무라고 단정해도 좋을 것이다.
방송이 권력의 시녀노릇에 열중할 때, 그래서 국민은 분노했고 집단적인 저항으로 맞섰던, 교훈적인 기록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지금 어느 정도 제 궤도를 걷고 있는 방송의 공정성은 물론 방송인들의 노력의 결과이겠지만 그 밑바탕에는 국민의 강력한 요구와 투쟁의 영향이 절대적인 힘으로 작용했던 때문임은 방송인 자신들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송사내부문제가 국민을 몹시 실망시키고 있다.
MBC의 탈법적 노조파업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방송내용의 부실과 진행·편성의 파행이 무려 열흘간이나 계속되고 있다.
노조 측은 공정방송의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고 있고, 이에 대해 회사경영 측은 노조 측의 요구가 경영권의 중요한 부분인 인사권의 침해라고 맞선 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방송의 수혜자인 시청자로서, 또 전파의 주인인 국민으로서 수임자인 방송인들에게 MBC의 조속한 사태해결과 방송정상화를 촉구하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제6공화국에 들어와 방송의 탈 권력, 독립성과 공정성 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방송위원회가 설립됐고, 또 MBC의 공영 성을 위해 방송문화진흥회가 발족돼 경영과 인사의 쇄신이 이루어진 것으로 국민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경영진과 사원간에 불신과 갈등이 존재하고 마침내는 파업이라는 극한 상황에까지 이른 것은 우선 내부기강에 문제가 내재돼 있었던 것 같다.
쟁의조정과 중재기간이 끝나기 전에 파업에 돌입, 이를 장기화시키고 있는 노조 측의 태도는 옳다 할 수는 없다. 주요 제작간부들을 노조가 선택하고 중간평가를 한다는 것이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는 데에 우리는 생각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기획과 제작과정에서 충분한 토론과 협의의 과정을 거치면 방송의 공정성은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내에 구성돼 있는 자체 심의기구나 자문기구를 제대로 활용하면 비판과 수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정방송을 위해 파업은 불가피하다』는 노조 측의 주장은 그래서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공정」이란 기준도 그렇다. 노조의 뜻대로 돼야만 공정하고 회사나 간부들의 의사는 불공정하다는 전제는 독선이 아닐 수 없다.
MBC란 경영진과 중간간부 및 사원으로 구성되는 총체를 지칭하는 것이며 프로그램도 그 총체의 합의아래 제작되는 것이지 어느 한 계층이나 일부 세력에 의해 전횡될 수는 없는 것이다. 민간방송을 허용치 않고 배타적인 독점 권을 행사하고 있는 이른바 공영체제의 방송이 권력이건 노조 건간에 특정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국민은 용납 할 수 없는 것이다.
방송사 내부문제로 방송이 부실과 파행을 거듭하는 것은 국민의 자산인 전파의 낭비는 물론 국민을 경시하고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MBC는 우선 즉각 방송을 정상화 해 놓고 난 뒤에 노사갈등은 양보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은 수순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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