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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사기왕' 주수도 집사? 반년간 1500회 접견한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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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에 접견 가는 변호사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중앙포토]

구치소에 접견 가는 변호사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중앙포토]

구치소에 수감 중인 유명 정치인이나 대기업 총수를 하루에도 수차례씩 접견하는 변호사를 ‘집사 변호사’라고 부르곤 한다. 그런데 정치인도, 기업 총수도 아닌 다단계 사기사건 피고인 5명을 6개월간 1500여 차례 접견한 변호사들이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무부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자 이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는 "A변호사가 낸 징계취소청구 및 B변호사가 낸 징계 이의신청기각 취소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13일 밝혔다.

두 변호사는 이른바 ‘다단계 사기왕’으로 불린 주수도(63)전 제이유그룹 회장을 비롯한 관련 피고인들을 접견했다. B변호사는 A변호사의 지시로 6개월간 1500번 피고인들을 접견했는데 당시 같은 구치소에 접견을 신청한 1473명의 변호사 중 95%의 변호사가 월 20건 미만의 접견을 신청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많다. B변호사는 주씨를 월평균 56회 접견했는데 한 달에 20일 내외로 피고인을 접견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한 달 내내 매일 3차례나 접견한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당시 주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상태도 아니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들이 변호사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2016년 변협 변호사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청구했다. 변호사 징계규칙 제9조 4호는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변호사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면 징계 사유로 인정한다. 변호사 접견권은 보장돼야 하지만 이들의 접견 횟수는 상당히 과도하고,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호하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건전한 사법행정을 방해해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다.

두 변호사는 "다단계 사기 사건이 복잡해 이를 준비하기 위한 정당한 접견교통권이었고, 접견 후 실제 선임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변호사 징계위원회에 변협의 징계가 과하다고 이의도 제기했다. 법무부가 일부 징계 수준을 낮췄음에도 두 변호사는 징계를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들은 변협 징계위원회와 법무부의 요청에도 수용자들을 위해 어떤 변호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B변호사는 대부분의 접견에 변호 관련 문건도 소지하지 않고 접견을 했다”며 정당한 접견권이었다는 두 변호사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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