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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대한항공 비예나, 최예나 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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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코보컵대회에서 우승한 대한항공. 외국인 선수 비예나는 MVP로 선정됐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2019 코보컵대회에서 우승한 대한항공. 외국인 선수 비예나는 MVP로 선정됐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작지만 강하다. 프로배구 대한항공 공격수 안드레스 비예나(26·스페인)가 정규시즌 개막전에 맹활약하며 승리를 안겼다.

키 194㎝ 역대 최단신 외국인선수 #뛰어난 탄력 앞세워 강타 때려 #활발한 성격, 수비력도 돋보여

대한항공은 1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V리그 남자부 개막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 스코어 3-1(25-23, 25-23, 20-25, 25-22)로 이겼다.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과 3년 연속 개막전에서 맞붙었고, 3년 만에 승리했다.

대한항공 특유의 빠른 배구는 여전했다. 윙스파이커 정지석과 곽승석이 착실하게 리시브를 해내면 세터 한선수의 손을 거쳐 공격수들이 마무리했다. 국내 최고의 블로킹을 자랑하는 현대캐피탈도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했다. 예전보다 탄성이 좋아진 사용구의 영향도 대한항공에게 크진 않았다. 대한항공의 쾌속 비행에 힘을 보태준 건 새 외국인 선수 비예나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까지 뛰었던 밋챠 가스파리니(202㎝) 대신 비예나와 계약했다. 비예나는 양팀 통틀어 최다인 30점(공격성공률 56.86%)을 올렸다.

지난 10일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대한항공 비예나. [연합뉴스]

지난 10일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대한항공 비예나. [연합뉴스]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 비예나는 V리그 남자부 사상 최단신(194㎝) 외국인 선수다. 팀 동료 정지석(195㎝)보다도 작다. 하지만 1m 이상을 뛰어오를 수 있는 탄력을 가졌다. 컵대회 당시 그는 하체 훈련을 "내 점프력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빠르게 뛰어올라 강하게 스파이크를 날린 뒤 내려오는 자신의 스타일을 마음껏 뽐냈다. 경기 뒤 만난 비예나는 "힘든 경기였다. 첫 경기이고, 원정에서 우리와 정반대 스타일의 팀광 경기했다. 그래도 이겨 기쁘다"고 했다.

비예나는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 "10점 만점에 7점"이라며 "공격 범실도 많았고, 중요한 상황에서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아직 서브도 다듬어지지 못했다"고 평했다. 7점을 준 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예나는 대표팀에 합류하느라 다른 외국인선수들보다 늦은 지난달 25일에야 한국에 왔다. 곧바로 컵대회에 출전한 그는 한선수와 겨우 사흘 호흡을 맞췄다. 그럼에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컵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최우수선수상도 비예나에게 돌아갔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어려운 볼 처리는 컵대회보다 좋았다. 한선수와 점점 맞아가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격은 더 바랄 것 없다. 블로킹과 서브만 좋아지면 된다"고 했다. 비예나도 "하루하루 연습하면서 좋아지고 있어서 더 세터와 호흡이 편해질 것 같다. 좀 더 높은 타점에서 빠르게 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비예나에게 더욱 높은 점수가 주어지는 건 수비력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끈질긴 블로킹 커버와 수비로 고비마다 포인트를 따냈다. 4세트 중반 12-14로 뒤지던 상황이 대표적이다. 상대 블로킹과 공격에 11번의 랠리가 오갔는데, 결국 대한항공이 포인트로 연결했다. 박기원 감독은 "우리팀 장점은 수비다. 그런데 비예나도 열정적인 수비를 한다. 그래서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선수도 "항상 적극적이다. 공격 뿐 아니라 수비도 적극적이다. 우리 팀과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비예나도 "조금이라도 기여가 될 수 있다면 좋다"고 했다.

12일 천안 현대캐피탈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기뻐하는 대한항공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12일 천안 현대캐피탈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기뻐하는 대한항공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상대 블로커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점도 비예나의 강점이다. 이날 상대한 현대캐피탈은 에르난데스를 비예나와 함께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집중마크했지만 비예나는 이를 잘 뚫어냈다. 그는 "아무리 블로킹이 높고 좋아도 모든 코스를 막을 수 없다"며 "직선 코스를 막으면 대각선으로, 대각선을 막으면 직선으로 때리면 된다. 블로킹을 타이밍을 늦게 때릴 수도 있다. 나는 상대 블로킹을 머리를 써 뚫으려고 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예나(최고의 외국인선수는 비예나)'가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올 정도다.

대한항공의 장점은 자유로운 팀 분위기다. 박기원 감독이 부임한 이후 대한항공은 선수들의 합숙 대신 출퇴근을 장려하고 있다. 외국인선수들도 훈련을 강요하기보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다. 비예나는 "감독님은 내게 별 말을 하지 않고, 압박을 주지 않는다. '범실을 하든, 말든 상관없으니 내 스타일대로 하라'고 했다. 시즌은 기니까 천천히 맞춰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천안=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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