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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쎄타2' 엔진 논란 종지부…52만대 평생 보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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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4년 넘게 지속된 엔진 결함 논란에 대해 평생 보증 등의 후속조치를 내놨다. 미국서 진행되고 있는 집단소송 등을 마무리하고 미래 차 대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전시 중인 기아자동차 모습. [EPA=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4년 넘게 지속된 엔진 결함 논란에 대해 평생 보증 등의 후속조치를 내놨다. 미국서 진행되고 있는 집단소송 등을 마무리하고 미래 차 대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전시 중인 기아자동차 모습. [EPA=연합뉴스]

2015년부터 결함 논란을 빚었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쎄타2’ 엔진에 대해 현대차그룹이 한국과 미국 고객에게 평생 보증을 제공하고 예방장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늑장 리콜’과 관련한 형사 절차는 양국에서 진행되지만, 국내 고객 차별 논란과 미국 집단소송에 대해선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대차그룹은 10일 쎄타2 엔진이 장착된 차량을 산 한국과 미국 고객을 대상으로 평생 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내용의 후속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쎄타2 엔진은 현대자동차가 독자개발한 배기량 2L 전후의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다. 성공작이었던 세타 엔진의 개량형이지만 2015년 이후 미국과 한국 등에서 결함 논란이 일었다. [사진 현대자동차]

쎄타2 엔진은 현대자동차가 독자개발한 배기량 2L 전후의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다. 성공작이었던 세타 엔진의 개량형이지만 2015년 이후 미국과 한국 등에서 결함 논란이 일었다. [사진 현대자동차]

방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세타2 직분사(GDi) 엔진이 장착된 차량 소유주에게 엔진 예방안전 신기술인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KSDS) 적용을 확대하고 엔진에 대해 평생 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한국 내 대상 차량은 2010~2019년형 현대차 쏘나타(YF/LF)·그랜저(HG/IG)·싼타페(DM/TM)·벨로스터N(JSN) 등과 기아차 K5(TF/JF)·K7(VG/YG)·쏘렌토(UM)·스포티지(SL) 등 총 52만대다. 엔진결함을 경험한 고객에겐 보상도 할 예정이다.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던 미국에서도 원고측과 화해안에 합의하고 10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화해합의 예비승인을 신청했다. 2011~2019년형 쎄타2 GDi 엔진 장착 차량에 대해 한국과 마찬가지로 KSDS 적용, 평생 보증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대상 차량은 417만대다.

국내 쎄타2 엔진 보증확대 대상차량.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국내 쎄타2 엔진 보증확대 대상차량.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현대·기아차는 미국 집단소송의 법원 예비승인이 완료되는 시점에 해당 차종을 보유한 고객에게 별도 안내문을 발송하고, 이번 후속조치에 대해 안내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보증기간이 끝나 엔진을 유상으로 수리한 고객에게 수리비용과 외부업체 견인 비용을 보상하기로 했다.

양사는 한국과 미국에서 동등한 수준으로 고객 만족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한 만큼 미국 집단소송의 법원 예비 승인이 완료되는 시점에 해당 차종 고객에게 혜택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안내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보증기간이 끝나 엔진을 유상 수리한 고객에게 수리비용과 외부업체 견인 비용을 보상한다. 엔진 결함 화재로 손실을 본 고객에겐 보험개발원에서 발표하는 ‘차량 보험 잔존가’ 기준으로 보상할 예정이다. 부품이 없어 수리가 지연됐거나 엔진 결함을 경험한 고객에겐 현대·기아차 재구매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쎄타2 엔진은 현대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자체 개발 엔진이었지만 결함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YF, LF(사진) 쏘나타에 장착됐지만 올해 출시한 DN8 쏘나타는 '스마트 스트림 2.0' 엔진으로 교체했다.구형 엔진인 누우엔진을 개량한 것이다. [사진 현대자동차]

쎄타2 엔진은 현대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자체 개발 엔진이었지만 결함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YF, LF(사진) 쏘나타에 장착됐지만 올해 출시한 DN8 쏘나타는 '스마트 스트림 2.0' 엔진으로 교체했다.구형 엔진인 누우엔진을 개량한 것이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 측은 “이번 조치로 인한 ‘품질 비용’은 현대차가 6000억원, 기아차가 3000억원 등 총 9000억원이며 3분기(7~9월)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쎄타2 엔진은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2~2.4L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다. 2015년 미국에서 이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소음·진동을 일으키거나 주행 중 시동 꺼짐, 화재 등 사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공장에서 조립한 엔진에서 실린더 내 커넥팅 로드(피스톤을 작동하는 부품)의 조립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그해 9월 47만대를 리콜했다. 하지만 설계 결함이 있다는 내부 제보가 나왔고, 2017년 미국에서 119만대의 추가 리콜이 이뤄졌다.

세타2 GDi 엔진 리콜지연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세타2 GDi 엔진 리콜지연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현대차그룹 측 해명과 달리 국내에서 조립된 엔진 역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고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도 쎄타2 엔진이 장착된 16만4000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리콜 이후엔 엔진 결함을 알았으면서도 ‘늑장 리콜’을 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 7월 현대·기아차 법인과 경영진 등을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미국에서도 뉴욕 남부 연방검찰청(SDNY)과 도로교통안전국(NHTSA) 등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 내 집단소송(민사)과 별개로 형사 절차는 계속된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뒤 올해 반등을 노리고 있는 현대차로선 쎄타2 엔진 논란이 ‘아픈 손가락’일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는 막대한 보상금이 들어갈 수 있는 미국 내 집단소송을 마무리하고 국내 소비자 역차별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열린 인도 무브 글로벌 서밋 기조연설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열린 인도 무브 글로벌 서밋 기조연설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이른바 ‘카마겟돈(자동차 산업 대변혁)’을 맞아 불필요한 논란을 마무리하고 미래 차 변혁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지난해 이후 쎄타2 엔진 논란을 빨리 마무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측은 “고객 최우선 관점에서 만족도 제고를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며 “쎄타2 엔진에 대한 외부 우려를 불식시키고 고객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 등 자동차 회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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