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강·온 갈려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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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로 찍고 … 화염방사기 쏘고 …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포항건설노조의 폭력성이 도를 넘고 있다. 경찰은 18일 오후 4시54분 포스코 포항본사 건물을 점거한 건설 노조원이 점거 현장 진입을 시도하는 경찰에게 사제 화염방사기(사진아래)와 방패로 내리찍는 사진 두 장을 20일 공개했다. 노조원들이 건물 4~5층 사이 계단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로 접근하는 경찰을 향해 사제 화염방사기를 발사하고 있다. 사제 화염방사기는 20㎏ 가정용 LP가스통에 고무호스를 연결해 만들었다. 또 경찰은 동조 시위에 참가한 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빼앗은 방패로 경찰을 내리찍는 장면도 공개했다. 포항=조문규 기자

포항 지역 건설노조원들이 8일째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고 있는 20일 오후 7시58분. 기자의 휴대전화에 한 건의 문자메시지가 떴다. '한 시간 후 철수'. 확인한 결과 건설노조의 농성장인 포스코 본사 5~12층에서 많은 노조원이 경찰이 있는 4층으로 내려오려는 순간이었다. 농성장의 한 노조원은 "위원장이 7층으로 와 '한 시간 뒤에 협상이 마무리된다. 철수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노조 집행부는 "노조원을 모두 선처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서면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8시30분쯤 다시 이 노조원은 "집행부 발표가 있다"며 전화를 끊었다.

같은 시각 포항시 상도동 전문건설전기협의회 사무실. 연일 교섭 재개를 바라며 대기 중이던 포항전문건설협의회 10명의 교섭위원에게도 "이지경 위원장이 항복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협의회 진명주 교섭대표(대웅기전 대표)는 "내부에서 강력한 내분이 일어나 내려오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 뒤 상황은 반전됐다. 오후 8시33분쯤 농성장의 노조원이 "노조 집행부가 강경으로 돌아섰다"고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는 노조 집행부가 사용자 측인 전문건설협의회에 "포스코 측에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 건물 파손 등과 관련한 손해배상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아 달라"고 요구했으나 협의회 측이 "그것은 포스코가 풀 문제라며 약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자진 해산을 해도 경찰이 바로 귀가시키지 않고 기본적 조사를 거쳐 개별적으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것도 해산 의사를 번복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 노조원들은 농성 중인 노조원들이 "자진 해산하자"는 온건파와 "계속 투쟁해야 한다"는 강경파로 나뉘어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8시38분쯤에는 노조원들이 다시 계단에 의자를 쌓기 시작했다. 자진 해산 분위기가 감지된 이후 4층과 5층 사이 계단을 꽉 틀어막은 의자 사이에 끼워진 쇠파이프와 의자끼리 묶은 철사를 자르며 의자를 끄집어내던 경찰도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8시58분쯤 내부 노조원은 "내려가는 거 포기했다.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고 전했다. 이성억 포항남부경찰서장이 9시 방송을 하고 9시30분쯤 직접 5층에 올라가 "지금 해산하면 최대한 선처한다"고 설득했으나 노조원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포항=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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