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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농도는 떨어졌는데 겨울엔 오히려 높아져…미세먼지 시즌제 필요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내에 설치된 대기질 종합상황실에서 최용석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기질모델링센터 팀장이 각 모니터링 화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준열 기자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내에 설치된 대기질 종합상황실에서 최용석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기질모델링센터 팀장이 각 모니터링 화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준열 기자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매년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미세먼지 공포가 심할까요? 미세먼지가 심한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일평균 농도가 매년 서서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봄 시즌에는 하루의 농도도 높아지고 심한 날도 많아지는 것이죠.”

최용석 서울보건환경연구원 박사 인터뷰 #

최용석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기질모델링센터 팀장은 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런 이유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시기에는 고강도 저감 조치를 하는 미세먼지 시즌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올해 대기질통합분석센터를 신설하고 대기질모델링팀을 구성, 미세먼지 고농도 시즌을 대비하고 있다. 최 팀장을 만나 서울의 미세먼지 추이와 그에 대한 궁금증을 자세히 풀어봤다.

미세먼지가 최근에 심각해진 게 아닌가?
미세먼지가 ‘공포’로 다가온 시점은 2013년 10월 16일 이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발표한 날이다. 그날 이후 정책 등 모든 게 달라졌다. 1984년 이후 분석 자료를 살펴봐도 연평균 농도는 지난해까지 계속 하락했다. 그 어떤 데이터를 봐도 과거보다 현재 농도가 확연하게 높아졌다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인식이 바뀌면서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서울의 미세먼지 장기적 추이. 1984년부터 농도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그래픽 서울시]

서울의 미세먼지 장기적 추이. 1984년부터 농도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그래픽 서울시]

실제로 목이 아프거나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데 정말 심리적인 것 뿐인가?
연평균 농도는 줄고 있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기간의 하루 농도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기상 여건도 굉장히 안 좋았다. 몇 년간 바람도 줄고 공기 정체가 심해지면서 고농도 시즌의 농도가 나빠졌다. 시즌제가 필요한 이유다.
서울의 미세먼지 모니터링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
실시간으로 대기질을 모니터링한다. 25개 구에 한 개씩 도시대기측정소가 있고, 도로변측정소 15개, 서울 경계지역을 측정하는 배경측정소 6개 등 총 55개다. 이들은 자동 측정소로 일반 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이외에 6일마다 수동으로 24시간 동안 공기를 포집해 분석하는 일도 하고 있다.
최용석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기질모델링센터 팀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과거보다 줄고 있지만 12월부터 3월까지의 일평균 농도와 고농도 일수는 늘고 있다"며 "미세먼지 시즌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왕준열 기자

최용석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기질모델링센터 팀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과거보다 줄고 있지만 12월부터 3월까지의 일평균 농도와 고농도 일수는 늘고 있다"며 "미세먼지 시즌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왕준열 기자

대기질 모델링이란 무엇인가.
모델링은 예측하는 것이다. 기상청 자료와 미국·유럽의 기상자료를 가공하고 공장·자동차 등에서 나온 배출량을 합쳐 대기질 모델링 프로그램에 입력해 예측한다. 상세 성분을 분석한 자료도 모델링에 쓰인다. 미세먼지가 어디서 얼마나 왔는지 ‘기여도 평가’라는 것을 한다. 가령 중국에서 얼마나 왔는지, 우리나라 산불에서는 얼마나 왔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평가한다.
미세먼지 정책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기상 여건이나 외부 요인이 큰데 우리가 정책을 해야 하느냐 말이 많지만, 정책은 반드시 해야 한다. 기저 농도를 줄이든 완충 농도를 줄이든 농도를 어느 정도 줄여놔야 기상이 악화됐을 때에도 농도를 완화할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1990년대 에너지 정책을 쓰면서 연탄을 줄이고, 경유차를 교체하는 등 노력을 했기 때문에 과거보다 농도가 준 것이다. 중국 탓, 기상 탓만 할 수는 없다.
정책은 어떤 식으로 펼치는 게 가장 좋을까?
대기 정책은 정공법이 제일 좋다. 공기가 배출돼 나오고 나서 제거하려고 하면 굉장히 가성비가 떨어진다. 결국 미세먼지가 배출되는 곳에서 배출이 안 되게 하는 게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본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내에 설치된 대기질 종합상황실에서는 서울 곳곳에 설치된 자동 측정소의 측정정보와 기상청 자료 등이 하나의 화면으로 나타나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박해리 기자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내에 설치된 대기질 종합상황실에서는 서울 곳곳에 설치된 자동 측정소의 측정정보와 기상청 자료 등이 하나의 화면으로 나타나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박해리 기자

서울의 경우 어떤 것이 공기 질에 가장 영향을 주나?
기상 요인이 가장 크다. 내부적인 요인은 난방 발전이 39% 정도, 자동차 25%, 비산먼지 22%, 건설기기 12%다. 나머지는 생물성연소 등이다. 크게 봐서는 난방 발전과 자동차 두 가지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의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미세먼지 외에 주목해야 할 오염물질은?
일반적으로 락스로 불리는 염소계 세제는 미세먼지와 오존에 영향을 주는 물질로 최근 주목받는다. 주유소나 세탁소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도 마찬가지다. 이 두 가지는 도심에서 관리해야 할 물질이다. 미세먼지 2차 반응을 일으키는 암모니아도 눈여겨봐야 한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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