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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화성 8차 진범 자백?…터무니 없진 않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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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DNA 분석을 통해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를 특정했다. [연합뉴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DNA 분석을 통해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를 특정했다.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모방 범죄'로 알려진 '화성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이 "터무니 없지는 않다"는 전문가의 견해가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춘재 자백 배경을 따져보며 신빙성이 낮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점, 이춘재가 무기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영웅 심리'에서 나온 자백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보통 연쇄 살인범들, 특히 사이코패스들은 영웅 심리 때문에 자신의 범행을 과대 포장한다"면서 "이런 허세는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겠다는 의도가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다 끝났다. 이춘재 입장에서는 수사를 받을 게 아니라는 걸 뻔히 잘 알고 있다"며 "수사선상에 혼선을 준다거나 경찰을 골탕 먹이겠다는 생각을 가질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봤다.

이 교수에 따르면 연쇄살인범 유영철도 또 다른 연쇄살인범인 정남규가 했던 범행을 자신이 했다고 진술했다. '영웅 심리' 때문에 자신이 하지 않은 범행도 자신이 한 것처럼 처음에 자기가 한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무기수로 수감되어 있는 이춘재가 영웅심리로 자백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보통 언론을 통해 영웅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이춘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떤 내용이 기사화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무기수로 다시는 사회로 돌아올 가능성이 낮은 입장에서 '영웅이 돼 봤자 얻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사를 담당한 프로파일러와의 신뢰 관계가 자백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프로파일러들이 정말 신뢰 관계를 잘 형성했으면 이 사람이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유는 프로파일러와의 신뢰 관계다"라며 "이분이 내일모레 환갑이다. 본인도 인생의 말년을 앞고 '더는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부담을 지기 싫다'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수사에 협조하려는 자발적 태도를 보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지난 4일 경찰과의 대면조사에서 '모방 범죄'로 알려진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은 지난 1988년 9월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1989년 7월 8차 사건의 용의자로 화성에 거주하던 윤모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8차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들은 이춘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이춘재 진술의 신빙성을 조사 중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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