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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마틴 ‘가을 단짝’ 다저스 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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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NLDS 3차전에서 역투하는 다저스 선발 류현진. [AP=연합뉴스]

NLDS 3차전에서 역투하는 다저스 선발 류현진. [AP=연합뉴스]

흔들렸지만 지지 않았다. 류현진(32·LA 다저스)이 2019년 메이저리그(MLB) 가을야구에서 첫 승리를 따냈다.

NLDS 3차전서 다저스 10-4 역전승 #류, 1회 투런포 맞고도 ‘뚝심투’ #워싱턴전 5이닝 4피안타 2실점 #마틴, 좋은 투수리드에 역전타까지 #로버츠 감독 ‘류현진 3선발’ 묘수

류현진은 7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 3승제) 3차전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5이닝 4피안타·3탈삼진·2실점 호투, 10-4 역전승을 이끌었다. 류현진의 MLB 포스트시즌 세 번째 승리. 2승1패로 앞선 다저스는 1승만 추가하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승제)에 진출한다.

다저스로서는 원정 3차전이 꽤 부담스러웠다. 워싱턴 에이스 맥스 셔저(35)가 이날 등판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저스는 이 경기에서 꼭 이겨야 했다. 이날 졌다면 4차전(다저스 리치 힐 등판 예정) 기대 승률은 확 낮아졌을 것이다. 큰 부담을 안고 나선 류현진은 1회 말 2사 1루에서 워싱턴 4번 타자 후안 소토(21)에게 투런홈런을 맞았다. 스트라이크존보다 15㎝ 이상 높은 하이 패스트볼(시속 146㎞)을 소토가 우악스럽게 받아쳤다.

포수 마틴이 9회 2점포를 터트린 모습. [AP=연합뉴스]

포수 마틴이 9회 2점포를 터트린 모습. [AP=연합뉴스]

앞서 다저스는 1회 초 2사 만루 기회를 놓쳤다. 곧바로 2점을 내준 다저스 더그아웃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류현진도 긴장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래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아래로 떨어지거나,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두 궤적의 체인지업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4회 말 무사 1·2루에서 가라앉는 체인지업을 던져 하위 켄드릭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다. 후속타자 커트 스즈키의 3루수 병살타를 끌어낸 구종은 바깥쪽으로 휘는 체인지업이었다.

워싱턴 선발 아니발 산체스가 물러나고, 1차전 선발 패트릭 코빈이 등판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저스가 1-2로 뒤진 6회 초 러셀 마틴이 역전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키케 에르난데스의 2타점 2루타와 저스틴 터너의 3점 홈런을 보태 다저스는 6회에만 7점을 뽑았다.

승리 확정 후 마무리 투수 켄리 젠슨과 포옹하는 모습. [USA투데이=연합뉴스]

승리 확정 후 마무리 투수 켄리 젠슨과 포옹하는 모습. [USA투데이=연합뉴스]

신예 포수 윌 스미스 대신 류현진과 짝을 맞춘 마틴은 9회 초 쐐기 투런포까지 날렸다. 류현진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기선 제압이 중요했는데 홈런을 허용한 뒤 정신이 번쩍 들더라.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아 야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마틴은 “오늘 류현진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지 잘 아는 투수”라고 말했다.

류현진이 초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3차전을 내줬다면, 다저스는 NLDS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구상이 완전히 어그러지기 때문이다. NLDS를 앞두고 로버츠 감독과 데이브 마르티네스 워싱턴 감독은 팽팽한 전략 싸움을 했다. 워싱턴은 강력한 선발투수 3명을 갖고 있지만, 불펜이 약하다. 게다가 지구 우승팀이 아닌 워싱턴은 2일 밀워키 브루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벌였다. 이 경기에 워싱턴 1·2선발 셔저(5이닝 3실점)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이닝 무실점)가 모두 등판했다.

NLDS 3차전(7일·워싱턴 내셔널스 파크)

NLDS 3차전(7일·워싱턴 내셔널스 파크)

워싱턴은 4일 NLDS 1차전에서 3선발 코빈(6이닝 2실점)을 내보냈다가, 다저스 선발 워커 뷸러(6이닝 무실점)에게 막혀 0-6으로 졌다. 워싱턴은 5일 2차전에 선발 스트라스버그(6이닝 1실점)뿐 아니라, 셔저(1이닝 무실점)를 또 투입했다. 포스트시즌에 유독 약한 클레이턴 커쇼(6이닝 3실점)가 흔들렸고, 워싱턴이 4-2로 이겼다. 양 팀은 1승씩 나눠 가졌다.

변칙적으로 마운드를 운영한 마르티네스 감독과 달리, 로버츠 감독은 원칙에 충실했다. 다저스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지 않아 투수 운용에 여유가 있었다. 로버츠 감독도 치밀한 계산 끝에 선발 순서를 결정했다. 워싱턴에서 가장 약한 선발이 나오는 1차전에 젊고 패기 있는 뷸러를 내세웠다. 또 NLDS의 최대 승부처라고 본 3차전에 류현진을 등판시켰다.

류현진 포스트시즌 3승 일지

류현진 포스트시즌 3승 일지

마르티네스 감독은 또다시 선발진을 흔들었다. 3차전에 셔저가 아닌 산체스를 내보냈다. 4차전에 승부수를 걸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게다가 산체스는 예상 밖으로 호투했다. 다저스 더그아웃의 위기감이 극도로 커졌다.

류현진은 두 번 흔들리지 않았다. 5회까지 잘 버텼고, 그 덕분에 다저스는 역전 기회를 잡았다. 로버츠 감독은 “오늘 승리로 NLDS가 우리 쪽으로 왔다. 류현진이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5차전까지 간다면) 당연히 불펜 등판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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