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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혁 60일째 아그레망 대기, 야당선 “지소미아 파기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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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수혁. [연합뉴스]

이수혁. [연합뉴스]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주미대사 지명을 받았다. 7일로 60일째다. 그런데 아직 파견국인 미국 정부의 동의, 즉 아그레망(agrément)을 받지 못했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43일 만에 받았다. 최근 10년 사이 아그레망 대기가 가장 길었던 전임자는 안호영 전 주미대사로 50일이었다.

현직 조윤제 대사는 43일 걸려 #여당은 “단순 행정절차상 지연”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 주미대사관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선 이수혁 지명자의 아그레망 지연 이유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야당인 원유철(자유한국당) 의원은 “미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폐기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정병국(바른미래당) 의원도 조 대사를 상대로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한·미 동맹 전선에 이상 기류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냐”고 했다.

반면에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대사의 경우 6주(43일) 만에 나왔는데 이수혁 대사가 8주 걸린 건 그렇게 늦어진 게 아니다”며 “이 지명자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방한 때마다 따로 저녁식사를 할 정도의 친분이 있다”고 옹호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교체로 인한 실무적인 지연”이라고 반박했다.

조윤제 대사도 국감 답변에서 “행정절차상 지연되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미국 정부에 신속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정중히 요청했고, 곧 부여되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지명자의 아그레망은 지난달 하순 국무부 심의를 끝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받으러 백악관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백악관도 한국 정부 문의에 “100% 진행 절차만 남았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부자의 수사 청부 의혹에 따른 하원의 탄핵 조사가 변수가 됐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 내정자의 아그레망을 의도적으로 늦추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 대해 작은 절차까지 배려하는 인사가 없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백악관에서 한·중·일을 담당해 온 매슈 포틴저 전 아태담당 선임보좌관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오브라이언 체제의 2인자인 부보좌관으로 승진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에 크게 실망한 인사 중 한 명이다.

고위 소식통은 지난 5일(현지시간) “이번 주에는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다른 소식통은 “백악관에 넘어간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에 관해선 블랙박스에 들어간 상황이라 예측하기 힘들다”고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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