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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언론인 살해 1년…죽음 앞에 선 또 다른 '카슈끄지'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0월 터키에서 살해당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1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는 기사가 이어지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위협에 처한 언론인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살해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살해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AP=연합뉴스]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온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2일 결혼 관련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살해당했다.
카슈끄지 뿐일까. 미 타임지에 따르면 지난 한 해만,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다는 이유로 살해되거나 협박받은 전 세계 언론인 관련 사건이 262건에 이른다. 지난 1일 버즈피드가 내놓은 보도와 언론인보호위원회(CPJ)의 자료를 참고해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망명국에서 납치해 “밀수했다” 혐의 씌우고 #반정부 성향 여기자엔 낙태 혐의로 징역형 #경제 상황과 빈곤 보도했다고 체포하기도

아제르바이잔의 저명 언론인 아프간 묵탈리. 탄압을 피해 이웃국가 조지아로 망명했지만 결국 수감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버즈피드 홈페이지 캡처]

아제르바이잔의 저명 언론인 아프간 묵탈리. 탄압을 피해 이웃국가 조지아로 망명했지만 결국 수감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버즈피드 홈페이지 캡처]

카스피해 연안국 아제르바이잔의 언론인 아프간 묵탈리가 고향을 떠난 건 2014년이었다. 국방부의 부패 혐의를 보도하는 등 끊임없이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놔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탓이었다. 살해 위협을 견디지 못하고 이웃 국가 조지아로 망명한 그는 2017년 5월, 별안간 실종됐다. 아제르바이잔 정부의 납치였다.

겨우 그를 만난 변호사는 묵탈리가 "심한 구타를 당해 코가 부러졌고, 갈비뼈도 부러진 것 같았다"며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국제 사회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징역 6년형을 선고했다. '밀수 혐의'였다. 버즈피드는 "그는 현재 당뇨병 등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구금 시설의 열악함에 항의해 단식 투쟁을 하는 등 계속해서 정부와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반정부 성향의 언론인 마지에 아미리는 징역 10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사진=마지에 아미리 페이스북]

이란 반정부 성향의 언론인 마지에 아미리는 징역 10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사진=마지에 아미리 페이스북]

이란의 언론인 마지에 아미리는 지난 5월 1일 노동절 시위에 참여했다가 테헤란 국회의사당 앞에서 체포됐다. 그리고 '공공질서 방해' '국가 안보 위협' 등의 죄목으로 10년 6개월의 징역형과 채찍질 148대를 선고 받았다. CPJ 관계자는 "아미리는 이란 시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다룬 기사를 날카롭게 써온 언론인"이라며 "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기사로 다루는 일은 범죄 행위가 아니며 그는 즉시 석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언론자유상을 수상하기도 한 키르기스스탄의 언론인 아짐존 아스카로브의 모습을 그린 이미지. 건강이 크게 악화된 그를 석방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언론인보호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국제언론자유상을 수상하기도 한 키르기스스탄의 언론인 아짐존 아스카로브의 모습을 그린 이미지. 건강이 크게 악화된 그를 석방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언론인보호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키르기스스탄의 아짐존 아스카로브는 2012년 국제언론자유상을 수상한 저명한 언론인이다. 그러나 이 상을 비롯한 여러 인권상을 제대로 손에 쥐진 못했다. 지난 2010년 투옥돼 종신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CPJ는 "검ㆍ경찰의 부패와 정부의 인권 침해를 지속적으로 고발해온 그에게 가해진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 밝히고 있다. 버즈피드는 "현재 아스카로브의 건강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그는 적절한 약물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에서 언론인 하자르 라이수니를 석방하라는 시위가 열렸다. 정부 비판 기사를 써온 라이수니는 불법 낙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EPA=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에서 언론인 하자르 라이수니를 석방하라는 시위가 열렸다. 정부 비판 기사를 써온 라이수니는 불법 낙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EPA=연합뉴스]

모로코의 반정부 성향 신문 '아크바르 알 욤'의 기자 하자르 라이수니는 지난달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았다. 혼외 성관계와 불법 낙태 혐의였다. 라이수니는 약혼자와 이미 종교적으로 맺어진 사이인 데다 혼인 신고 서류를 준비 중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소용없었다. 로이터는 "라이수니에 징역형이 내려진 것은 오직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바레인의 압둘자릴 알싱게이스. 정부 비판 글을 끊임없이 써온 탓에 구금된 그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바레인의 압둘자릴 알싱게이스. 정부 비판 글을 끊임없이 써온 탓에 구금된 그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바레인의 유명 블로거 압둘자릴 알싱게이스는 2011년 6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국가 전복 음모’ 혐의였다.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바레인 정부의 인권 탄압, 종파 차별 문제를 꾸준히 고발해 온 게 문제가 됐다. 버즈피드는 "알싱게이스가 심각한 가슴 통증 등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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