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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 “살인정권 묵과 못해” 중국 “실탄 발사 정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홍콩 시위대와 학생들이 2일(현지시간) 췬완 지역의 호췬위 공립학교 밖에서 연합시위를 하고 있다. 전날 이 학교 남학생 창츠킨(18)은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홍콩에서 벌어진 ‘애도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근거리에서 쏜 실탄에 가슴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 [EPA=연합뉴스]

홍콩 시위대와 학생들이 2일(현지시간) 췬완 지역의 호췬위 공립학교 밖에서 연합시위를 하고 있다. 전날 이 학교 남학생 창츠킨(18)은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홍콩에서 벌어진 ‘애도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근거리에서 쏜 실탄에 가슴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 [EPA=연합뉴스]

2일 오전 8시(현지시간) 홍콩 췬완 호췬위 공립학교 앞.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모였다. 그리고 말없이 “우리를 죽이지 마세요”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검은 옷을 입고 나온 졸업생들은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린 채 침묵으로 항의했다. 18세 창츠킨(Tsang Chi-kin)은 전날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실탄을 왼쪽 가슴에 맞고 중태에 빠졌다.

가슴에 총맞은 18세 고교생 위독 #학생들 가슴에 손 얹고 항의시위 #경찰 “쇠파이프 휘둘러 쏜 것 #팔다리 아닌 몸통 겨냥이 매뉴얼”

시위대를 직접 겨냥한 경찰의 실탄 발사에 홍콩이 들끓고 있다. 지난 6월 시위가 시작된 이래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을 쏜 건 처음이다. 특히 피해자가 고교 2학년이란 점에서 젊은 층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엔 수천 명의 직장인들이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 지역에서 시위를 벌였다.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시위대 대표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홍콩을 피로 물들였다. 그들이 쏜 총알은 고등학생의 폐에 박혔다. 살인 정권과 광기어린 경찰을 홍콩 시민은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피해 학생은 현재 퀸 엘리자베스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상태는 위중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병원을 찾은 램척팅 민주당 의원은 “피해 학생이 살아날 수 있다고 한다. 모두 함께 그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SCMP가 공개한 창의 X-레이 사진을 보면 가슴 안에 여러 개의 총알 파편들이 확인된다. 병원 관계자는 “총알이 간신히 심장을 비껴 나갔다”며 “폐와 가슴, 심장을 손상시켰다. 매우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날 창의 몸에 박힌 탄환 적출 수술을 했다. 병원에는 창의 부모와 변호사, 그의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모였다.

정치권도 나섰다. 24명의 반중파 범민주당 의원들은 공동 성명에서 “경찰의 근접 사격은 자기 방어가 아닌 공격”이라며 “많은 경찰들이 통제력을 상실해 시위대는 물론 일반 시민과 응급대원, 기자 등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렌스 록 잉캄 인권 변호사는 “경찰의 실탄 발사는 용서받지 못할 살인 미수 행위”라며 “경찰의 유일한 방어논리는 시위대 수가 경찰보다 좀 더 많았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권총 방아쇠를 당기기 전 구두 경고를 했지만 학생이 쇠막대로 권총을 쥔 경찰의 팔을 가격하려 해 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SCMP는 보도했다. 시위대 수가 경찰보다 많아 경찰이 건물 안으로 후퇴하려고 할 때 총격이 일어났다고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어 “경찰의 대응 규정에 따르면 생사가 위급한 순간 총을 발사할 수 있으며, 팔 다리가 아닌 몸통을 겨냥하도록 돼 있다”며 “팔 다리는 조준이 쉽지 않아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을 맞추는 오발 사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체의 가운데 부분(몸통)을 조준하도록 교육받는다”고 해명했다.

스티븐 로 홍콩 경찰청장도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현장에서 공격을 받은 경찰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시위 학생에 발포했다. 당시로선 최선의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역시 “폭력을 용납한다면 홍콩은 몰락한다. 폭도들은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생명의 위협을 받아 실탄을 발사한 것은 완전히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적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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