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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검찰 선제조치…법조계 "조국 수사 간섭말라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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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지시한 지 하루 만에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을 내놨다. 검찰의 대표적 병폐로 지목돼 온 특수부를 대폭 축소하고 외부기관에 파견된 검사 전원을 불러들이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법조계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개혁 vs 반개혁'의 구도로 몰아가려는 여권 공세에 대해 검찰이 선제적으로 나서 이를 차단하려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권 "특수부 6개만 남겨라"…檢 "3개만 남긴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1일 대검찰청은 "검찰권 행사의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 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인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전날 윤 총장에게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하라"고 직접 지시를 내린 지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다.

검찰은 크게 세 가지의 자체 개혁 방안을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일선 검찰청 특수부 모두 폐지 ▶외부기관 파견검사를 전원 복귀시켜 형사·공판부에 배치 ▶전용차량 이용 중단 등 검사장급 인사의 차관급 예우 폐지를 즉각 시행하거나 상급기관인 법무부와 조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법조계에선 청와대와 법무부가 검찰개혁의 주요 포인트로 삼는 부분에 대해 검찰이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검찰의 특수부 축소 계획은 여권이 주장하는 것보다 범위가 넓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원장 양정철)이 전날 공개한 검찰개혁 관련 보고서엔 검찰이 전국 6개 검찰청(서울중앙·대전·대구·부산·광주·수원 지검)에만 특수부를 남기고 나머지 지검·지청에서는 아예 직접수사 기능을 없애라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이보다 나아가 3개 검찰청에만 특수부를 남기겠다고 발표했다.

검찰 발표에 대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검찰이 발표한 방안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대검의 요청사항을 적극 반영하고 검찰과 협의해 국민이 원하는 바람직한 검찰개혁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꼬리 내렸다" vs "조국 수사 그대로 간다"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머리를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머리를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검찰이 내세운 검찰개혁 방안을 두고 검찰 안팎에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검찰이 꼬리를 내렸다'는 시각이 있다. 수도권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자체 개혁안을 보면 형사·공판부 강화와 특수부 축소 등의 내용이 청와대 및 법무부의 주장과 거의 동일하다"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압박이 결국 통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조 장관 부인의 검찰 소환 방식이 오늘 갑자기 비공개 방침으로 바뀌어 의아했다"며 "앞만 보고 달린 수사팀 입장에선 맥이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이 밑질 게 없다는 반응도 있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엔 특정 분야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를 허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정부 주장대로 특수부의 이름만 없앤다고 검찰의 직접수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 비리 등에 관해선 검찰의 '직접수사'가 허용된다. 이 부장검사는 "정부가 진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려고 한다면 당초 정부가 합의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부실한 점이 있다는 점을 먼저 고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형사·공판부 강화 방침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엔 경찰에 대한 검찰 형사부의 수사지휘권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이 담겼다"며 "형사부가 단순히 사람 숫자만 늘려준다고 강화되는 것이냐. 법이 통과되면 껍데기만 남게 되고 국민에 대한 수사기관의 이중 보호막은 무장해제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권력기관 개혁의 한축인 경찰은 이날 검찰의 발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의 특수부 축소 발표는) 조직과 인력의 이동일 뿐 불가역적인 개혁이 아니다"라며 "그러려면 패스트트랙 법안에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조 장관 관련 수사를 '개혁 vs 반개혁'의 구도로 몰아가려는 여권 공세를 검찰이 사전 차단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수부 축소 등 자체 개혁 방침은 이미 문무일 전 총장 때부터 검찰이 추진해 왔던 내용"이라며 "정치권의 주장대로 검찰개혁 할 테니 조 장관 관련 수사에 간섭하지 말란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김기정·김수민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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