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이렇게 실시돼야 한다-대담(1)|이진설 건설 차관-이춘섭 건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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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는 그 동안 입법을 추진 해 왔던 토지공개념관련 3개 법안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되 문제점은 보완키로 했다고 밝혔다. 재산세 과표 현실화 안을 포함해 해당법안을 작성한 정부의 입장과 토지공개념법안 실시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3차례의 좌담회를 통해 알아본다.<편집자 주>
▲이진설 건설부차관=우선 이번에 정부가 택지소유상한제 및 개발이익 환수를 골자로 하는 토지공개념 관련 입법을 추진하게된 배경을 모르는 국민들은 별로 없을 줄 압니다.
바로 한정된 토지자원의 과점화를 막고 부동산투기로 인한 빈인빈부익부 현상을 해소시키고자 하는 것이지요.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도덕적 윤리적 토대 위에서 건실한 자본주의를 다지자는 작업이라고나 할까요.
▲이춘섭 건대 교수=정부가 정말 어려운 일에 나섰습니다. 30년 또는 50년 뒤 이 시점을돌아보면 분명 토지 제도사에 획기적인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사회정의의 실현이 물질적 성장의 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목적이 좋다해서 결과가 항상 좋게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을 우선 지적하고 싶습니다.
모든 정책은 목적동기 뿐만 아니라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번에 정부가 추진중인 개혁적인 제도가 단기간의 목적달성에 치중하다 혹시 더 큰 가치의 훼손이 있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 차관=더 큰 가치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합니까.

<토지이용 효율화>
▲이 교수=예컨대 투기억제를 위한 제도가 이미 가지고 있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든가, 그것이 민간토지의 창의로운 이용을 저해할 소지도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지요.
▲이 차관=개발부담금을 물리는 경우에 있어서도 개발비용과 적정이윤 및 평균지가 상승률이 고려되기 때문에 기득재산권이 손상되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또 택지소유 상한제의 경우도 6대 도시에서 5인 가족 한 가구 당 2백평으로 소유자체를 제한하고 있지만 그것은 오히려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이 교수=그러나 2백평 이상 택지의 경우 초과소유 부담금률 연6%와 재산세를 합치면 집 값의 11%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만일 집값 상승률이 연간 11%이하면 기득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습니다.
한편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각종 토지제도 및 정책의 목적이 지가상승 억제인지, 아니면 소득재분배에 있는 것인지 좀더 확실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 생각에는 토지의 독과점 해소에 의한 지가상승 억제가 당의 공평배분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지 의문입니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를 투기억제 차원에 국한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차관=좋은 지적입니다. 정부가 마련중인 각종 토지제도는 1차적인 목표가 물론 투기억제에 있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제공자는 바로 연초의 아파트 값 폭등이라고 보아도 괜찮지요.
물론 투기억제를 통해 부동산값이 안정되면 집 없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쉬워 진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을 정부가 환수하여 임대주택 건설 등 공공목적에 씀으로써 간접적으로 소득의 재분배도 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농지개혁 때와 같이 가진 자의 땅을 환수, 못 가진 자에게 직접적으로 나눠준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이 교수=요즘 같은 여론의 흐름 속에서는 땅 값은 무조건 안정돼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지만 생각을 한 단계 발전시켜 보면 땅마다 값 차이가 나고 상승률이 달라지는 것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망국적인 투기행위를 지지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예컨대 명동지역의 땅 한평 값이 1억원이고 안양의 한평이 2백만원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지요.
땅값이 싼 쪽으로 공장이나 새로운 시설이 들어서게 마련이니까요.
▲이 차관=그렇습니다. 그러나 한마디 덧붙일 것은 지가상승을 억제한다해도 각 지역의 당값 차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 같은 효율적 배분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원론적인 얘기는 그만하고 이제 각론으로 들어가 정부안의 문제점을 좀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십시오.
▲이 교수=우선 택지소유상한제의 경우 임야나 다른 지목의 땅은 그대로 두고 택지만을 그 대상으로 할 때 정부가 목적하는 지가안정이제대로 될 수 있을까.
▲이 차관=택지에 우선 초점을 맞춘 것은 그것이 집 값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택지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다른 땅값의 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임야나 농지에 대해서는 매매증명제도 등 보완적인 조치가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이 교수=그러나 택지에 대한 소유상한제마저도(물론 정치권으로부터 나오는 얘기지만) 1가구 1주택은 제외시킨다든지 당초 정부안을 크게 퇴색시킬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자칫 차 떼고 포 떼고 졸만 가지고 장가를 두는 형국은 아닌가 걱정됩니다.

<정부안 계속 고수>
▲이 차관=정부안을 놓고 현재 민정당 측과 계속 협의해나가는 과정입니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내용은 문제점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수정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정부대로 1가구 1주택을 제외시키면 택지소유상한제의 의미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본래 입장을 아직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또 한가지 지적할 점은 2백평을 넘는 택지의 경우 그것을 처분만 하면 되지 누구에게 처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택지소유를 제한하는 나라는 인도가 유일한데 이번에 정부가 이 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는 인도의 제도를 모델로 삼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인도의 제도는 본래의 목적달성을 위해 택지의 위장분산까지도 제한하고 있는데 반해 정부안에는 그 부분에 대한 규정은 빠져 있습니다.
다소 의도적이라는 인상도 지울 수 없습니다.
▲이 차관=2백평 이상의 택지를 가진 사람이 초과부분을 친인척에게 분산시켜 놓으면 본래의 목적달성이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 같은데 앞으로의 입법추진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교수=2백평 이상의 택지를 계속 보유하는 경우에는 초과소유 부담금을 물리는 동시에 신규취득은 특별한 경우 사전허가를 얻도록 하고있는데 이 두 가지는 서로 모순되는 점이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이중 안전장치이지만 또 달리 보면 초과소유 부담금제를 정부 스스로가 못 미더워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차관=그만큼 정부의 의지를 강한 것으로 해석해 주십시오.
사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에는 실효성 못지 않게 상징성을 겨냥한 것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투기심리를 잠재워 지가안정을 이룩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 교수=택지소유 상한제와 관련, 정부는 매수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일정한도 이상의 토지를 팔려고 내놓아도 팔리지 않을 경우 이를 정부가 사들인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무슨 돈으로 매수청구에 응할 수 있느냐는 것과, 또 정부가 사들인다해도 과연 적정한 가격평가가 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이 차관=토지개발공사가 택지개발 등을 통해 축적해 놓은 돈을 재원으로 쓸 수 있을 겁니다.
가격평가문제는 시가와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모두들 자기 목소리를 내세우는 시대라 정부의 수용가와 시가가 너무 차이가 나는 것도 힘들 것입니다.
▲이 교수=개발부담금제로 얘기를 옮겨보기로 하지요. 정부는 개발사업주체가 개발사업완료 후 개발비용과 적정이윤 및 정상지가상승 분을 뺀 이익의 70%를 부담금조로 환수하겠다고 하는데 개발이익의 산정방법이 현실적인 문제로 등장합니다.
▲이 차관=개발이익의 몇 %를 환수하겠느냐는 문제와 함께 그것을 어떻게 산정 하느냐는 문제도 역시 중요합니다.
정부는 개발사업이 끝난 시점의 땅값과 사업시행 이전의 땅값의 차이를 총 개발이익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발이익을 객관적으로 산정해 내는 방법은 앞으로도 계속 연구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교수=민정당에서는 정부안의 개발 부담금률이 70%로 너무 높다고 지적, 이를 30∼50%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는데 이 경우 보다 중요한 것은 적정이윤을 얼마나 인정하느냐는 것입니다. 이윤도 충분히 인정해 주고 환수율도 낮추면 지나친 특혜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저는 물론 찬성하지만 개발부담금제는 또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 일부에서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 차관=부동산투기에 대해서는 실현된 이익만을 대상으로 과세하면 오히려 매매가 동결되고 그로 인해 값이 더 뛰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를 통해 매물공급을 늘려 지가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공무원자세 중요>
▲이 교수=정부가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만들더라도 그것이 성공하려면 일선 공무원들의 뒷받침이 필수적입니다. 최근 파문을 일으킨 수질오염 문제만 하더라도 그것을 막기 위한 법적인 장치는 거의 완벽한 것으로 압니다.
토지공개념 작업이 정부 뜻대로 입법화된다 하더라도 일선 관청의 시행단계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 차관=동감입니다. 어떤 식으로 제도가 만들어지더라도 그로 인한 행정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제도를 마련하는 것 못지 않게 그것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할 것입니다.<기록=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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