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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외교'라더니…외교부 정책자문위 1년에 한 번 열릴까 말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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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 참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 참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출범한 정책자문위원회가 사실상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4회 개최 분과위 1개뿐

30일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각계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의 분과위원회별 개최 실적은 2018년 1.3회에 그쳤다. 2018~2020년을 임기로 하는 정책자문위원회는 18개 분과위, 124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외교부 훈령 상 원래 정책자문위 분과위 회의는 1/4분기 별로 한 번씩, 연 4회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2018년 4회 개최라는 규정을 충족한 분과위는 18개 중 중남미 분과위 하나에 없었다.

한반도ㆍ북미 분과위 개최 ‘0’  

지난해에는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및 북ㆍ미 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북한 비핵화 문제가 유례없는 전기를 맞았지만, 위원 10명으로 구성된 한반도 문제 분과위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북미 분과위 개최도 ‘0’이었다.

올 7월 개정된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 규정. 개최 횟수를 현실화한다며 정책자문위 관련 기준을 완화했다. [국가법령센터 웹사이트]

올 7월 개정된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 규정. 개최 횟수를 현실화한다며 정책자문위 관련 기준을 완화했다. [국가법령센터 웹사이트]

그러자 외교부는 정책자문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게 아니라, 지난 7월 관련 규정을 고쳐 정책자문위 개최 수 자체를 줄여버렸다. 기존의 분기마다 1회 개최에서 상ㆍ하반기 각 1회, 즉 1년에 4차례에서 2차례 여는 것으로 축소했다. 분과위 회의 개최 횟수를 현실화한다는 이유로 2013년 10월부터 6년 가까이 유지돼 온 외교부 정책자문위 규정의 기준 자체를 느슨하게 바꾼 것이다.

외교부, 실적 저조에 도리어 기준 완화

그런데도 9월 현재 분과위 평균 개최 횟수는 1.4회다. 연 2회 개최 원칙을 지킨 분과위는 한반도 문제ㆍ정책기획ㆍ원자력 비확산 분과위 등 3개뿐이다.
반면 올해 들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분과위도 4개나 된다. 중남미 지역ㆍ국제기구ㆍ교육훈련ㆍ경제외교 분과위다.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으로 정부의 경제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는데도 해당 분과위는 한 차례도 소집되지 않았다. 경제외교 분과위에 위촉된 민간 전문가는 20명이다.
외교부 정책자문위 규정은 외교부 장관이 연 1회 전체 회의도 열도록 했으나, 올해 전체 회의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소집한 게 마지막이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전경. 유지혜 기자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전경. 유지혜 기자

위원 열 중 하나, 얼굴도 안 비쳐

위원들의 출석률도 저조하다는 게 의원실 분석 결과다. 정책자문위원 124명 가운데 전체 회의 및 분과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경우가 18명(14.5%)이다. 124명 중 31명은 분과회의 참석 회수가 0회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외교’를 외교정책의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론의 중요 수렴 창구 중 하나인 민간 전문가 그룹과의 소통 부족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공급자 위주의 일방통행식 정책 입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소통 단절, 국민 목소리 반영 못 해”

정 의원은 “현 정부의 외교ㆍ안보 정책이 국민의 정서에 어긋나는 원인 중 하나는 정부와 다양한 층위의 외부 민간 전문가 간에 소통이 단절됐기 때문”이라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회수를 줄여버릴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책자문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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