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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조국 수석 땐 ‘특수부 기능 유지’…장관 되자 “특수부 축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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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조국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전 커피를 들고 서울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전 커피를 들고 서울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망치 든 사람에겐 못만 보인다.”

문무일, 특수부 축소 시도했지만 #조국 주도 개혁안에선 빠져 #전 정권 수사 특수부 되레 강해져 #검사들 “별건수사 등 개혁 필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되기 전,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가 했던 말이다. 검찰의 대표적 병폐를 묻자 그는 “검사가 사건을 인지해 직접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무리를 해서라도 기소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간 검찰이 직접 수사를 무기로 과도한 검찰권을 사용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개혁 대상’인 검사 대부분은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이들은 직접 수사를 수행하는 특수부를 검찰의 ‘환부’로 꼽는다. 특수부는 검찰 자체적으로 사건을 인지해 직접 수사와 기소까지 담당하는 부서다.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못하면 수사 착수가 잘못됐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별건수사나 먼지털기식의 과잉 수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수사 착수부터 기소까지 검찰이 모두 결정하기 때문에 정권의 하명수사를 이행한다는 비판도 받아 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검찰총장이던 문무일 전 총장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는 검찰 자체 개혁의 하나로 형사·공판부 강화와 특수부 축소 방침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문 전 총장은 울산지검과 창원지검 등 전국 검찰청의 특별수사 부서 43개를 폐지하고 1만4000여 건에 달하던 검찰의 인지 사건도 2018년 기준 8000여 건으로 대폭 줄였다.

법조계에선 특수부 축소 방침을 무위로 만든 건 다름 아닌 현 정부라는 평가가 많다. 2018년 정부가 만든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이른바 검찰 개혁 정부안엔 형사·공판부의 권한을 약화하고, 특수부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검찰은 반발했다. 법조계와 학계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진보 진영에서도 비판 의견이 나왔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양홍석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만든 검찰 개혁안은 왼팔이 아픈데 오른 다리를 수술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무시하고 현행 정부안을 밀어붙였던 사람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과 당시 조국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었다. 당시 조 수석은 직접 브리핑도 했다. 검찰에서 특수부 축소 방침을 입안했던 김웅 부장검사는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됐다.

그랬던 조 장관의 입장이 바뀌었다. 장관 취임 후엔 아예 형사·공판부를 강화하고 특수부를 축소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방 검찰청의 한 형사부 부장검사는 “달라진 건 조 장관과 가족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 말곤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는 검찰 특수부가 역대 최고로 강화된 시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각각 구속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간부급 자리는 대부분 ‘특수통’ 출신 인사들이 채웠다. 특수부의 조 장관 관련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심재륜 전 고검장은 2009년 ‘수사십결(搜査十訣)’이란 글에서 “칼에는 눈이 없다. 그래서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법”이라며 “칼을 쥐고 있다고 해서 자신이 찔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썼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 장관이 현재 주장하는 ‘검찰 개혁’은 양날이 예리하게 선 검찰의 칼(劍)이 주인을 향하자 나온 자기방어적 수단으로 보인다”며 “과도한 검찰권 남용을 비판하려면 집권 초기 힘이 강할 때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명분도, 실리도 잃었다”고 지적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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