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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장기집권?…우상호 “참모 역할” vs 원희룡 “권력 독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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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호 06면

[창간기획] 386의 나라 대한민국 ⑥

“386이 외교·안보는 다른 어떤 출신자보다 많이 안다. 대학 때부터 국제정세를 논하면서 정교하게 훈련했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세대 81학번)

386만의 정서는? #우 “집단 중시, 도덕적 선민의식” #원 “평등 탈권위주의 의식 강해” #80년대식 이념 고착 비판엔 #우 “신문물 누구보다 빨리 적응” #원 “집권 386 이념적으로 화석화” #조국 논란 어떻게 보나 #우 “좀 억울하겠지만 감당해야” #원 “부끄러운 줄 알고 내려와야”

“아니다. 외교·안보는 냉혹한 힘의 질서 속에서 국익을 우선해야 하는데 집권 386은 이런 걸 공부한 적이 없다.”(원희룡 제주지사, 서울대 82학번)

우상호 의원과 원희룡 지사는 모두 386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지만 386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우 의원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시위를 주도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돼 3선(17, 19, 20대)을 하면서 원내대표 등을 역임했다. 대학 시절 야학과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원 지사는 이후 검사 생활을 하다 2000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됐다. 3선(16~18대)을 하면서 당 최고위원 등을 거쳤다.

‘탐사하다 by 중앙일보’는 지난달 22~23일 서울 여의도에서 두 사람을 차례로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을 가상 ‘썰전’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386세대 말말말

386세대 말말말

강성 운동권 학생이 정치인이 됐다.
우상호=시인이 꿈이었는데 군 복무 중 군부독재의 실상을 보고 싸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민주화 이후 밖에서 비판자로 남는 것보다 국회에 들어가 정치개혁을 하는 게 더 의미 있겠다 싶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입당했다.

원희룡=대학 때는 정의감으로 뜨거웠다. 사회운동을 하다 생을 마감한다는 결심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면서 충격을 받았다. 방황 끝에 목표를 보수 정당 개혁으로 바꿨다. 그래서 한나라당에 들어갔다.

386만의 정서가 있다면.
=명분을 중시한다. 개인보단 집단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난 옳고 도덕적이라는 선민의식도 있다.

=사회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보는 공적 책임감이 강하다. 또 평등의식, 탈권위주의 의식도 다른 세대보다 강하다.

80년대식 이념에 고착됐다는 비판이 있다.
=아니다. 80년대 신봉했던 이념이나 사상을 포기한 세대다. 신문물의 도입에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약한 게 경제문제로 아주 정통한 전문성은 떨어진다.

=집권 386은 이념적으로 화석화됐다. 그 진영의 구심력은 여전히 반자본, 친북한이다.

386은 경제적 축복을 받은 세대인가.
=우리는 월급을 받아본 적 없이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민주화 운동 출신 정치인들이 재산 순위에서 하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사실 우리는 취업 걱정, 집 마련 걱정, 자식들 교육 걱정 별로 안 했다. 그런 면에선 복에 겨운 세대다. 다시 그런 세대가 있을까 싶다.

386세대가 장기 집권하고 있나.
=그동안 386은 지도자의 참모 역할을 주로 했다. 고생 끝에 20대 국회에서야 의원이 된 386도 많다.

=(민주화 항쟁을) 정치적 완장 삼아 독식하고 있다. 80년대 우리의 생각이 옳았으니까 지금도 옳고 권력도 다 가지겠다는 거다.

‘헬조선’이란 말에 386세대의 책임은.
=우리 세대만의 책임은 아니다. 일관되게 내려온 큰 경제구조 문제를 해결 못 했다.

=당연히 있다. ‘조국 논란’에서도 보듯 구호만 앞세우고 기득권을 가지려 했다.

앞으로 386 세대의 과제는.
=남북관계 회복과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것이다. 대학 시절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서 노력했던 사람들의 마지막 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대와 60대가 함께 갈 수 있는 경제정의, 복지에 대한 대안을 세워야 한다. 일자리, 임금피크제, 연금 등에 있어서 젊은 세대들을 위한 실질적인 배분이 필요하다.

한일 관계가 얼어붙었는데.
=386세대가 일본에 예민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외국에 너무 눈치 보고 살아왔던 역사에 대한 청산 주의적 시각이 있다.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에 우려하는 이들을 ‘친일파’로 몰고 갔다. 이는 구한말보다 더한 선동이라고 생각한다.

‘386 물갈이설’이 나오는데.
=정치집단으로서 386은 실패했다. 구질서와 싸우는 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자리를 비켜주면 젊은 정치인이 들어올 수는 있는 거냐.

=집권 실세 386에 대한 물갈이가 있어야 한다. 보수정당도 예외가 아니다. 두 배, 세 배 더 물갈이해야 한다.

‘조국 논란’(※인터뷰 당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이 거세다.
=조국이기에 과도하게 비판받는 측면이 있다. 본인은 좀 억울하겠지만 감당하면서 가야 한다. 외고에 자식을 보냈던 장관 후보자가 꽤 있었는데 이렇게 털진 않았다. 안타깝다.

=부끄러운 줄 알고 내려와야 한다. 권위가 무너졌다. 자기 스스로 말과 행동이 전부 거꾸로다. 부분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둥 갈수록 구차하고 치사한 모습으로까지 가는 것 같다.

탐사보도팀=김태윤·최현주·현일훈·손국희·정진우·문현경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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