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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회견 된 트럼프의 유엔회견…"질문 안 받는다" 급 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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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유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유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방문 결산 기자회견은 우크라이나 정상에 대한 뒷조사 청탁에 대한 해명 회견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 하원이 전날 탄핵 조사절차를 시작한 데 대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가 우크라이나와 중국의 수백만 달러 수입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역공했다. 그는 기자들이 우크라이나 사건만 질문하자 연단을 떠나 이날 회견은 43분 만에 끝났다.

바이든 뒷조사 탄핵 회견 변질에, #"민주당 마녀사냥, 거대한 거짓말" #"유엔 성과 보도 않고, 시간 낭비, #언론은 부패, 부정직, 매우 틀려"

이날 회견은 오후 4시 30분 당초 예정시간보다 30분 늦게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모두 발언부터 "이번 유엔 방문에서 일본과 환상적인 무역합의를 체결하고 거의 20여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했지만 보도하지조차 않는다"고 기자들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당신들이 터무니없는 일(nonsense)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하면서다. 우크라이나 사건 자체를 "민주당의 마녀사냥이자 전부 거짓말(hoax)"이라고 하면서다. "민주당이 탄핵으로 이 나라를 분열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모든 하원의원에 (뒷조사 청탁에 대한) 내부 고발자 정보와 관련 투명성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백악관이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데 이어 백악관 근무 정보요원의 내부 고발문서도 국가정보국이 하원에 제출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조 바이든과 그의 아들 헌터가 우크라이나와 중국으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신속하고 쉽게 벌어들인 데 투명성을 요구한다고 알렸다"고 했다. 탄핵 조사에 바이든 부자의 부패 의혹 조사도 함께 벌여야 한다고 공화당 지도부에 주문했다는 뜻이다. 그는 또 "(오바마 정부 당시) 그들이 우크라이나로 가서 신임 대통령이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하도록 정치적 위협하고 협박한 것도 조사를 요구한다"며 "나는 누구도 협박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말을 인용하며 "어떤 압력도 없었고 강요도 없었다"고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도 녹취록을 읽었지 않느냐. 보통의 통화였고 아무도 나를 압박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상에 정치적 경쟁자의 정보를 요청한 게 어떻게 적절한 행동인가. 오바마가 지난 대선 전에 당신에 대해 똑같이 했다면 뭐라고 했겠느냐"는 첫 질문에 "그것이 그가 한 일이다. 이 모든 마녀사냥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당시 바이든과 크리스 머피같은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표결로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협하고, 어떤 돈도 주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통화를 보면 완벽했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어떤 보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 시민에 관한 정보를 요청해도 국민은 가만있으라는 거냐"는 거듭된 질문에 "바이든과 다른 사람을 살펴볼 수 있지만 우리가 찾는 것은 부패와 러시아 마녀사냥이라 불리는 수사"라며 "그건 완전한 허위 사기극으로 그 정부 인사들에 의해 준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회견 도중 탄핵절차 개시를 선언한 낸시 펠로시를 향해선 "급진 극좌 사회주의자들이 의장직을 장악하게 둔 건 안 된 일"이라고도 공격했다. 지난 7월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했다가 하원 표결에서 찬성 95표로 부결됐던 알 그린 의원은 "우리가 그를 선거에서 이길 수 없으니 탄핵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 녹취록 공개를 꺼렸던 데 대해선 "나는 외국 대통령이나 총리, 왕과 여왕과 전화할 때 가짜 뉴스 매체에 당신과 통화 내용을 공개할 거라고 하는 게 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 공개된 녹취록 이전에 젤렌스키 선거 기간에 전화를 나눴고 그것은 아주 순수하고 좋은 통화였다"며 "당신들에게 중요하다면 이것도 공개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긴 탄핵절차에 대비해야 하지 않느냐"에 "이것은 우리나라에 너무 나쁜 일"이라면서 "나는 처리할 수 있고 내겐 양복 정장을 입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가짜일 뿐만 아니라 부패했다"며 "그들이 쓴 이런 기사들도 부정직하고 너무 틀린 데 그들도 그걸 안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결국 이어 경제에 관한 질문 하나만 더 받겠다고 한 뒤 기자들의 추가 질문은 뿌리치고 연단을 떠났다.

뉴욕=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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