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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명 사상자 낸 김포요양병원, '미인가 집중치료실' 운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오전 경기 김포시 풍무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불로 2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뉴스1]

24일 오전 경기 김포시 풍무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불로 2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뉴스1]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김포요양병원이 중환자 치료를 명목으로 한 미인가 집중 치료시설을 운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화재로 인해 집중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던 A씨(여·90)와  B씨(86)가 사망하면서 부실 관리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포요양병원 미인가 '집중치료실' 운영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포요양병원은 5인, 6인, 10인 병실만 운영하는 중이라고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중환자실이나 집중치료실로 등록된 병실은 없었다.

하지만 사망자가 발생한 공간은 '집중치료실'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집중치료실은 뇌졸중 환자와 고위험 산모 등에 한해 운영 가능하다. 환자 상태가 위중할수록 화재 시 대피 등 사고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인력이나 관리 수준이 일반 병실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김포요양병원이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한 중증 환자를 미등록 집중치료실에 모아놓고 제대로 된 관리 의무는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18년 1월 26일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에서도 집중치료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증 환자들로 사상자가 집중됐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에서는 총 46명이 사망하고 10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요양병원에 집중치료실 설치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다만 요양병원의 경우 집중치료실을 설치해도 건강보험 가산 수가를 인정받지 못한다. 사실상 중증 환자들을 한데 모아놓고 이름만 집중치료실이라고 붙였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경찰, "화재 발생 원인과 피해자 사망 원인 파악에 중점"  

김포요양병원 4층 화재 현장.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김포요양병원 4층 화재 현장.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김포경찰서는 김포요양병원 직원들과 사망자 유가족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발생 원인과 그와 관련된 피해자의 사망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면서 “시설 등의 문제를 계속 조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24일 화재현장 브리핑에서 “전기안전공사에서 이날 오전 9시에 정기 점검을 위해 전기를 차단했다”라며 “병원 측이 수동으로 산소공급을 하기 위해 보일러실에 있는 산소탱크 밸브를 여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의 사망 원인으로 대피 과정에서의 산소 공급 중단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피해자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앞서 권용한 김포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사망자들이 집중치료실에 누워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다가 이송되는 과정에서 산소 공급이 안 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환자들 역시 이송 도중 산소 투여를 받지 못하고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포요양병원 화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포요양병원 화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번 화재는 24일 오전 9시 3분쯤 김포시 풍무동 한 상가 건물 내 4층 요양병원 보일러실에서 처음 발생했다. 화재 발생 당시 최초 발화 지점인 4층 보일러실과 병실이 가까웠고 병원 내 환자의 상당수가 병상에 누워서 지내는 고령 환자여서 피해가 컸다.

이후연·심석용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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