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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마르는 중국 유니콘…자금 조달 줄줄이 불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선전의 로욜 회사 입구.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구부러지는 화면을 개발했지만,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용환 기자]

중국 선전의 로욜 회사 입구.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구부러지는 화면을 개발했지만,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용환 기자]

중국 스타트업의 돈줄이 마르고 있다. 미·중 무역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세계적인 기업을 배출하며 지난 10년간 급성장해온 중국 벤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스타트업 투자 위축 #올해 중국 유니콘 7개…작년 30개 대비 급감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에 차질 우려 #샤오미 작년 홍콩 상장 이후 주가 반토막 #

블룸버그는 25일(현지시간) 중국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트럭판 우버’로 불리는 만방그룹은 최근 10억 달러(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철회했다. 중국 얼굴인식 분야 대표 인공지능(AI) 기업인 센스타임은 20억 달러 모금을 목표로 행사를 열었다가 반응이 시원치 않자 단순 홍보 이벤트에 불과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세계 최초로 접을 수 있는 휴대폰을 개발한 로욜도 수개월 전부터 10억 달러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좀처럼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벤처캐피탈은 올해 중국 투자를 급격히 줄였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연초부터 중국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325억 달러(40조원)로, 지난해 1118억 달러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중국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수는 2016년 469개사에서 올해 45개사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스타트업 투자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중국 스타트업 투자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블룸버그는 “유니콘을 달성한 중국 스타트업은 지난해 30개에 달하며 정보기술(IT) 창업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올해에는 7개에 그쳤다”며 “중국의 스타트업 열기가 식고 있다”고 전했다.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인 ‘중국 제조 2025’의 주축이 IT라는 점에서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시그널이라는 지적이다.

갑작스러운 투자 위축의 배경에는 미·중 무역 전쟁이 있다. 미국 정부가 막대한 관세 부과와 함께 중국 화웨이와 거래 제한이라는 직접 제재에 나선 게 해외 투자자의 중국 스타트업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글로벌 유니콘 중에서 기업가치 세계 최대로 평가된 중국 바이트댄스에 대해선 미성년자 개인정보 관리 미흡을 문제 삼아 과징금을 매기기도 했다.

중국 스타트업의 몸값이 과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중국 샤오미는 지난해 7월 상장한 이후 1년 만에 주가가 반 토막 났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모구는 지난해 말 상장 이후 80%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 공유자전거 스타트업이었던 중국 오포는 파산했고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은 돌연 상장을 연기하기도 했다.

결국 눈에 보이는 실적이 없는데도 ‘14억 인구의 시장’이라는 잠재력만으로 과포장됐다는 의구심이 투자업계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닷컴 버블을 경험했던 미국과 달리, 중국의 벤처와 스타트업은 한 번도 거품이 꺼지는 아찔한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다”며 “처음 직면한 하강 국면에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중국 정부도 제대로 대비책을 못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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