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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경제난 고통' 20~30대, 탈모 고통까지 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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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진료 인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 [중앙포토]

탈모 진료 인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 [중앙포토]

머리가 빠지는 사람이 해마다 늘면서 한 해 20만명 넘게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후반~30대 초반 젊은 층 환자가 많다. 여성 환자가 남성의 80%에 달할 정도로 여성 탈모도 증가한다.

탈모로 병원행, 해마다 20만명 이상 나와 #인구당 진료 20대 후반 최고, 30대 다수 #저소득층 탈모 진료 줄고 고소득층 급증 #"정부가 탈모 사회적 비용 산출해봐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형탈모증ㆍ흉터성 모발손실 등 탈모 관련 질환으로 진료받은 사람이 22만4000여명에 달했다. 2014년 20만6000여명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탈모 치료는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진찰료 등 일부만 적용된다. 건강보험 진료비도 2014년 233억원에서 지난해 322억원으로 급증했다. 탈모 환자 증가는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미세먼지 같은 사회환경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탈모 진료 환자는 젊은 층에 집중됐다. 외모와도 연결되는 탈모 고민이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시작된다는 의미다. 인구 10만명당 탈모 진료 인원은 20대 후반이 732.9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초반(729.7명), 30대 후반(672.5명) 순이었다. 10대 후반 청소년도 415.1명으로 높은 편이었다. 반대로 인구 10만명당 진료 인원이 가장 적은 연령대는 80세 이상(47.6명)이었다. 임재현 hCELL 클리어준파라메딕의원 원장은 "스트레스와 탈모는 상관 관계가 큰 편이다. 아무래도 젊은층이 취업 스트레스와 중압감 등을 많이 받으니 영향이 없을 수 없다"면서 "예전보다 외모를 신경쓰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젊은층 진료가 늘어난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모를 고민 ‘탈모’ 진료 통계 들여다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남모를 고민 ‘탈모’ 진료 통계 들여다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여성 환자가 적지 않다. 지난해 남성 환자가 12만6050명, 여성이 9만7975명이다. 인구 10만명 당 여성이 384.9명, 남성이 492명이다. 남성이 많긴 하지만, '탈모=남성병'이라는 상식을 깰 정도로 적지 않은 여성이 탈모에 시달리고 있다. 임재현 원장은 "예전에 여성 탈모는 숨기고 치료를 포기하는 분위기였다면 요즘은 온라인 상으로 치료법을 공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특히 탈모 진료는 소득별 차이가 뚜렷했다. 지난해 기준 건강보험료(소득)가 제일 적은 1분위 그룹은 1만여명만 탈모로 진료받았다. 반면 소득이 가장 많은 10분위 그룹은 1분위 그룹의 약 3.7배에 달하는 3만9000여명이 진료받았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두 그룹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지난해 고소득층(10분위) 진료 인원은 2014년보다 7480명 늘었다. 반면 저소득층(1분위)은 2014년과 비교했을 때 되레 1958명 줄었다.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저소득층은 치료에 엄두를 못 낸다는 뜻이다.

고소득층이 진료에 더 적극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고소득층이 진료에 더 적극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처럼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제품 판매도 함께 늘고 있다. 탈모 화장품 생산 실적은 2017년 1507억원에서 지난해 1763억원으로 256억가량 증가했다. 수입 실적도 같은 기간 약 2.5배 증가했다.

인재근 의원은 “사회환경적 요인으로 탈모 질환자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탈모를 그냥 방치한 예전과 달리 요즘은 많은 국민이 탈모를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탈모로 소요되는 정확한 사회적 비용을 산출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현 원장은 "탈모는 진행형이기 때문에 일찍부터 관리를 시작해야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탈모 위험이 감지되면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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