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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까지 산넘어 산…상원 공화당53 vs 민주당47 마지막 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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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개시를 공식 발표함에 따라 미국 정계는 '탄핵 정국'으로 들어갔다.

하원 6개 위원회서 트럼프 조사 #권고안 표결 과반이면 상원으로 #상원 '탄핵 재판' 연 뒤 표결 #면죄부 받으면 대통령 힘 더 세져

탄핵 조사가 시작되면 트럼프 대통령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는 있지만, 실제 탄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미국 역사상 세 명의 대통령이 탄핵 절차를 거쳤지만, 이 절차를 통해 자리에서 내려온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했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을 임기 중에 자리에서 쫓아내는 탄핵을 허용한다.

권력 남용 예로 '반역, 뇌물수수, 그 밖의 중대한 범죄나 경범죄'를 명시했지만, 각 범죄를 정의하지는 않았다. 의원들 해석에 맡긴 것이다. 탄핵은 엄밀히 말하면 법적 절차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와 표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현재까지 세 명의 미국 대통령이 탄핵 절차를 거쳤다. 그중에서 1868년 앤드루 존슨과 1998년 빌 클린턴은 하원에서 탄핵당했으나 이후 구제돼 임기를 마쳤다. 리처드 닉슨은 탄핵을 피하기 위해 1974년 스스로 사임했다.

1998년 미 하원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AP=연합뉴스]

1998년 미 하원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AP=연합뉴스]

하원에서 탄핵 절차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미국 정계와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된다. 닉슨과 클린턴 탄핵 추진 당시에는 사법위원회의 조사 개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하지만 표결 없이 사법위원회가 직권으로 탄핵 조사를 시작할 수도 있다. 펠로시 의장은 탄핵 조사 개시를 발표하면서 "(하원) 6개의 위원회가 탄핵 조사라는 이름 아래 절차를 시작하도록 명령한다"고 말했다. 기존 위원회가 아닌 별도의 특별 위원회를 만들어 조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각 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담은 권고안을 만들어 전체 회의에 제출하면 표결에 부쳐진다. 탄핵안이 과반수 표를 얻으면 대통령은 탄핵당한다.

며칠 새 민주당 내에서 탄핵 찬성 의견이 급격히 늘고 있으나 NYT의 최근 조사에서는 찬성 179명, 반대 또는 미정 73명, 무응답 183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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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절차는 상원으로 넘어간다. 상원은 대법원장의 감독하에 '재판'을 열게 된다. 재판 절차와 규칙은 상원이 결의안을 통해 정한다.

'매니저'로 불리는 하원의원들이 검사 역할을 맡는다. 대통령은 방어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상원은 재판장 역할을 한다.

이 재판에서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이 대통령을 유죄로 판단하면 대통령직을 잃는다. 부통령이 대통령을 대신한다. 대통령은 항소할 수 없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명, 민주당 47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화당 내부 반란이 없는 한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헌법은 상원이 재판을 열도록 규정했지만, 재판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만약 미치 매코널 상원의장(공화당)이 재판을 열지 않기로 결정하면 재판을 열지 않고도 표결로 사건을 '기각'할 수도 있다.

상원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하면 대통령 힘이 더욱 세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권력 남용 면죄부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파란불이 켜질 수 있다.

탄핵으로 가는 과정이 산 넘어 산이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 논쟁에서 탄핵 추진보다 내년 대선에서 이기는 데 온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설사 상원에서 트럼프를 풀어주더라도 미래의 미국 대통령들이 트럼프처럼 행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탄핵 절차는 도덕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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