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멀던 학교 가는 길 즐거워졌죠” 전남 오지 등하교 도우미 ‘에듀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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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남 무안군 몽탄초 이가은양이 지난 16일 ‘에듀택시’를 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무안군 몽탄초 이가은양이 지난 16일 ‘에듀택시’를 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무안군 몽탄초등학교에 다니는 이가은(12·5학년)양의 집은 버스가 다니지 못하는 비좁은 시골길 끝에 있다. 가은이는 눈이라도 오면 학교에 갈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지만, 지난 5월부터는 편안하게 등·하교를 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과 지자체가 도입한 무료 통학 차량인 ‘에듀택시’ 덕분이다.

교육청, 장거리 통학생 191명 대상 #택시 79대 운영…사고 위험도 줄어

몽탄초는 전교생이 37명인 시골 학교다. 앞서 이 학교는 2009년 3월 고령화와 청년 이주 등으로 학생 수가 감소한 탓에 인근 2개 학교와 통합됐다. 몽탄초 주변에는 14개 마을이 있고 마을마다 1~2명이 통학한다.

가은이 집에서 몽탄초까지 거리는 약 4.5㎞다. 통학 버스를 타려면 걸어서 30분가량 시골길을 내려가야 한다. 수업을 마치고 귀가할 때는 학교 근처나 가족의 일터로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가족 등과 차를 함께 타고 오곤 했다.

에듀택시는 시골 지역 내 장거리 등·하교 초등학생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도입됐다. 전남지역은 초등학생이 2003년 16만4606명, 2009년 13만2503명, 올해 9만4991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1982년부터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진행해왔고 지난해 9월까지 755개의 초등학교가 사라졌다.

전남교육청은 지난해 10월 현재  통학 거리가 2㎞ 이상인 초등학생 3548명 중 740명이 편도 5㎞~12.3㎞ 거리를 통학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등굣길이 14.9㎞가량 되는 학생도 124명에 달했다.

이에 전남교육청은 지난 5월부터 여수·곡성 등 7개 시군 42개 초·중학교 학생 191명에게 79대의 에듀택시를 지원하고 있다. 택시비는 전남교육청과 해당 지자체가 절반씩 나눠 부담하며, 택시회사가 요청하면 매월 결제하는 방식이다. 가은이의 경우 에듀택시를 이용한 후 통학 시간이 10분대로 줄었다.

에듀택시 운행 이후 학교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몽탄초 김성갑(55) 교장은 “등·하교 길이 멀면 아침 시간을 활용하기 어렵고 체험학습이라도 하면 통학 시간을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교통사고 위험이 줄어드는 점도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전남교육청은 이달부터 에듀택시를 22개 시·군 중 목포시를 제외한 21개 시·군으로 확대했다. 131개 학교에 다니는 학생 709명을 택시 276대가 실어나른다.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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