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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드론테러, 레이더·전파감지 조합해야 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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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진섭

정진섭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 시설이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파괴되는 ‘드론 테러’가 발생하면서 안티드론(공격용 드론 무력화)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미승인 드론이 공항 주변에 침입한 사례는 21건에 이른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은 내년까지 안티드론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안티드론 스타트업 정진섭 대표 #국내 공항도 불법드론 3년간 21회 #현재 전파감지 기술도 불완전

중앙일보는 정진섭(56·사진) 다빈시스템스 대표를 지난 18일 만나 안티드론 기술의 현황에 관해 물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대북 송신 신호 탐지기술을 연구한 정 대표는 2000년 휴대전화 계측 장비 개발사인 이노와이어리스를 공동 창업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지난해까지 일했다. 이후 위상 배열안테나(전파 송수신 방향을 조정할수 있는 안테나)기반 드론 탐지추적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다빈시스템스를 창업했다.

사우디 ‘드론테러’는 어떻게 가능했나.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와야겠지만, 언론보도 상으로 보면 1000㎞를 움직인 거로 나온다. 만약 자동항법이 아니라면 위성을 사용해 조종했거나 미사일과 같은 무기에서 사용하는 유도 기술을 복합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드론의 공격을 미리 알기는 어렵나.
“사우디가 레이다 장비 등에 엄청 많이 투자했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 그만큼 드론 탐지가 어렵다는 의미다. 현 시점에서 기술 하나로 모든 드론을 100% 탐지할 수 있는 ‘만능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몸체가 작은 드론이 많은데다, 레이더를 피해 저공으로 고속비행해 오는 경우가 많아서다.”
드론은 어떻게 탐지하나.
“크게 레이다 방식과 무선전파 신호감지(RF sensing) 방식이 있다. 제일 많이 쓰는 것은 레이다 방식이다. 강한 전파를 쏴서 드론에 반사돼 오는 전파를 찾아낸다. 방향 및 거리 측정이 용이하다. 하지만 저공 비행하는 드론을 찾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표면과 수평으로 전파를 쏴도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거리가 멀어지면 사각이 생긴다. 그런데 지표면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레이더를 약 5도 정도 하늘 방향으로 설치하면 사각이 더 커진다. 10㎞ 바깥에서는 약 높이 870m의 사각이 생긴다.”
다른 방식은.
“무선전파 신호감지는 레이다처럼 전파를 쏘지는 않고 드론이 쓰는 전파를 받기만 하는 방식이다. 드론이 조종자와 통신에 사용하는 전파 대역을 잡아 찾아낸다. 비행체와 조종자를 모두 찾을 수 있다. 드론이 어느 방향에서 오는 지는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한계가 있다면 다른 해결책은.
“우리가 개발 중인 시스템은 무선전파 신호감지를 기반으로 레이다 방식의 장점을 조합했다. 레이다의 특징인 ‘배열 안테나’를 함께 적용해 즉 드론이 오는 방향까지 찾아낸다. 현재 시제품을 테스트 중인데 5㎞ 내 드론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방식도 만능이 아니다. 드론이 전파 자체를 발신하지 않으면 찾을 수 없어서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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