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기름때 없애준다는 크릴오일, 부작용은 없을까

중앙일보

입력 2019.09.24 10:00

업데이트 2019.09.25 14:17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56)

남극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갑각류인 크릴새우에서 추출한 '크릴 오일'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남극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갑각류인 크릴새우에서 추출한 '크릴 오일'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한때 고지저탄(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음식, 코코넛오일 열풍이 불더니 이번에는 ‘크릴오일’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야단법석이다. 과연 크릴오일이 무엇인지 정말 그렇게 신통방통한지 따져보자.

크릴오일은 남극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갑각류인 크릴새우에서 추출한 기름이다. 이젠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만병통치급 선약’의 반열에 올랐다. 그들이 주장하는 효능은 이렇다.

"오메가3,6,9지방산이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 낮추고 중성지방을 녹여낸다. 혈행개선효과을 나타내 내장지방과 뱃살을 빼준다. 붉은색 아스타잔틴의 항산화작용으로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를 방지하고 세포재생을 돕는다. 세포막의 구성성분, 뇌세포막의 60%를 차지하는 인지질(phospholipid, 燐脂質)이 많아 뇌의 노화를 방지하고, 동시에 물과 기름을 잘 섞이게 해 체내 나쁜 기름때를 제거한다." 근거없는 주장이다.

유화기능 높은 계란노른자

기름을 물에 분산시키는 것은 크리오일 말고도 많다. 유화제, 다른 말로는 계면활성제라고도 한다. 그중에는 먹을 수가 없어서 그렇지 세제(비누)가 가장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사포닌이 그렇고, 더 좋은 것이 계란노른자다. 난황은 식용유를 물과 섞이게 해 마요네즈를 만들 정도로 유화기능이 높다. 이런 작용은 노른자 속의 인지질 탓이다. 크릴오일에 많아서 좋다는 바로 그 인지질과 같다.

무턱대고 비난만 할 게 아니라 학문적으로 하나하나 따져보자. 오메가 지방산이 크릴오일에 많다는 것은 인정하자. 물론 오메가 지방산의 생리효과를 주장하는 논문은 많다. 반대로 별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이에 못지않다. 많이 먹으면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과잉섭취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논문도 많다.

오메가3과 6는 필수지방산이라 우리 몸속에서 합성되지 않으니 식이요법으로 섭취해 줘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음식에 양의 차이는 있지만 다 들어있다. 따지자면 들기름에 가장 많고 소고기, 돼지기름에도 있다.

아스타잔틴은 갑각류의 붉은색을 띠는 것으로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다. 시험관에서는 항산화활성을 나타내는지 모르겠으나 우리 체내에서 활성산소를 없애준다는 증거는 없다. 아마도 구조상으로 보아 혈액 속으로 흡수도 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난황(계란 노른자)은 식용유를 물과 섞이게 해 마요네즈를 만들 정도로 유화기능이 높다. 노른자 속의 인지질 탓이다. 크릴오일에 많아서 좋다는 바로 그 인지질과 같다. [사진 pexels]

난황(계란 노른자)은 식용유를 물과 섞이게 해 마요네즈를 만들 정도로 유화기능이 높다. 노른자 속의 인지질 탓이다. 크릴오일에 많아서 좋다는 바로 그 인지질과 같다. [사진 pexels]

또 크릴오일에 들어있는 키친(chitin)이 왜 좋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새우, 게 등 갑각류의 껍질 부분의 딱딱한 부분이 키친이다. 물에도 오일에도 녹지 않는다. 물론 소화도 되지 않는다. 생리작용도 밝혀진 게 없다.

다음은 인지질이다. 지질(lipids, 脂質)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생소하다. 지방질의 다른 말로 자주 사용된다. 생물이 만드는 물질로 기름에는 녹고 물에는 녹지 않으며 보통 지방, 인지질, 왁스로 통칭된다. 지방(기름)은 글리세롤 하나에 지방산 3분자가 결합한 물질이고, 인지질은 지방의 구조에 지방산 한 분자가 빠지고 그 대신 인산과 여타 기능성분자가 결합한 것을 말한다.

왁스는 지방산과 (고급)알코올이 에스터(ester)결합 한 것이다. 한때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은 비즈왁스(밀납)가 그것이다. 잎이나 과일 표면의 광택 나는 성분으로 방부와 방습효과가 있어 부패방지와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구두약과 양초도 일종의 왁스다.

인지질은 지방과는 달리 독특한 성질이 있다. 모든 지방은 물에 녹지 않지만 인지질은 물에 녹는(분산)다. 녹는다기보다 잘 섞인다고 해야 하나? 왜냐하면 이 분자 속에 소수성 부분과 친수성 부분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분자 내에 이런 친수성과 소수성이 같이 있으면 대개 유화 기능을 나타낸다. 이런 성질은 인지질만이 갖는 게 아니다. 비누, 사포닌 등은 인산이 없어도 유화활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인지질이 막을 보호하고, 뇌세포막의 60%를 차지하는 물질이라며 먹어줘야 한다는 대목이다. 인지능력의 향상에 좋다고도 한다. 당연히 모든 생물의 막 구조에는 인지질이 많다. 대부분이 인지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럴까? 다른 이유도 있지만 친수성과 소수성을 부여하는 역할 때문이다.

막 구조를 보통 올챙이에 비유한다. 이중층구조로 나열돼 있는데 머리 부분은 친수성, 꼬리 부분이 친유성(소수성)이다. 친수성은 세포 내외의 물과 접촉하는 부위에 면해있다. 물질의 수송과 여러 기능에 관여하는 단백질도 박혀있고 콜레스테롤도 들어있다. 표면에 노출된 탄수화물은 호르몬 등의 인식 및 신호전달에 중요하다.

오메가 지방산 식물성 지방에 더 많아

크릴오일의 인지질이 다른 생물의 막에 있는 인지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인지질이 많은 음식이 우리 몸에 좋다는 학술적 근거도 없다. [사진 pixnio]

크릴오일의 인지질이 다른 생물의 막에 있는 인지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인지질이 많은 음식이 우리 몸에 좋다는 학술적 근거도 없다. [사진 pixnio]

이 인지질은 우리 몸속에서 합성된다. 우리가 꼭 먹어줘야 하는 필수물질이 아니라는 거다. 필요에 따라 합성과 분해가 반복된다. 단 인지질에는 오메가 지방산의 비율이 높으니 좋다는 말은 성립한다. 그러나 오메가 지방산은 크릴오일보다 식물성 지방에 더 많기 때문에 이도 성립하지 않는다. 또 크릴오일의 인지질이 다른 생물의 막에 있는 인지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인지질이 많은 음식이 우리 몸에 좋다는 학술적 근거도 없다.

항간에는 크릴오일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부류도 있다. 크릴새우에는 기름이 많지 않아 참기름 짜듯이 압착법으로 하지 않는다. 기름을 녹이는 유기용매로 녹여내 정제한다. 이때 사용하는 유기용매가 문제라는 거다. 추출용으로 사용하는 알코올, 헥산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오일에 남아있을 개연성을 걱정해서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정제과정 중에 철저하게 배제하기 때문에 별문제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오히려 이들의 유해성이 아니라 단순한 피쉬오일에 지나지 않는 것을 만병통치급으로 침소봉대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이 또한 여느 건강식품처럼 한때를 풍미하다 사라질 테지만. 소비자는 과거 그 좋다던 그 많은 건강식품이 왜 예외 없이 잠깐 유행을 타다가 하나같이 자취를 감춰버렸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