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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서울 가는데 우리만 환승"… 서해선-신안산선 직결 요구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일 충남도는 철도와 물류·교통 전문가 10여 명으로 이뤄진 ‘서해선-신안선선 직결 관련 정책자문단’을 꾸렸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선과 신안선의 환승 방식을 받아들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7월 25일 열린 충남도-시·군 지방정부회의에서 양승조 충남지사와 시장·군수들이 서해선과 신안산선 직결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 7월 25일 열린 충남도-시·군 지방정부회의에서 양승조 충남지사와 시장·군수들이 서해선과 신안산선 직결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이 자리에서 충남연구원 김형철 책임연구원은 “서해선과 신안선선 환승 계획은 철도 운용의 효율과 승객 편의 제공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며 “전국 주요철도 가운데 서해안을 종단하는 서해선만 유일하게 환승으로 계획한 정부 정책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남도·정치권, 국토부 '환승 방식' 전환에 반발 #국토부, 2015년 기공식때 "서울까지 57분" 강조 #7월엔 "신안선으로 환승" 변경… 서울까지 94분 #양승조 충남지사 "협의 없는 일방적 추진" 강조

국토교통부는 2022년 개통을 목표로 충남 홍성과 경기도 송산간 90㎞ 구간에 서해선(복선전철)을 건설 중이다. 52.9%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5월 22일 서해선 기공식 때 국토부는 서해선과 새로 착공할 신안선을 연결, 홍성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57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새마을호보다 속도가 1.6배나 빠른 시속 250㎞급 준고속전철(EMU250)을 투입하면 장항선~경부선을 이용할 때보다 1시간이 단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당시 “충남은 물론 전북지역 주민까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가 건설 중인 서해선 복선전철과 신안산선. 2015년 5월 22일 서해선 기공식 때 신안선과 직결을 발표했던 국토부는 지난 7월 돌연 환승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중앙포토]

국토교통부가 건설 중인 서해선 복선전철과 신안산선. 2015년 5월 22일 서해선 기공식 때 신안선과 직결을 발표했던 국토부는 지난 7월 돌연 환승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중앙포토]

하지만 국토부는 3년 2개월 만인 지난 7월 돌연 계획을 변경했다. 서해선을 서울까지 직선을 연결하는 대신 신안선으로 갈아타고 서울까지 이동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국토부는 “신안산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해선 철도와 선로를 공유하면 투자비가 늘어나고 여객 수유가 분산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계획의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민자로 추진하는 신안산선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용부담이 큰 서해선 복선전철과 선로 공유계획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였다.

신안산선은 경기도 안산과 서울 여의도를 잇는 44.6㎞ 구간의 철도로 3조3465억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국토부는 신안산선에 전동차 전용 철도를 설계 중이다. 이대로 사업을 진행하면 제원이 다른 서해선 차량은 신안산선으로 진입할 수 없게 된다.

서해선을 타고 여의도로 가던 승객들은 초지역에서 신안산선으로 갈아타야만 한다. 이럴 경우 홍성에서 영등포까지는 94분이 걸린다. 애초 정부 발표보다 37분이 늘어난 시간이다. 대기시간을 포함하면 1시간이 더 늘어나고 환승에 따른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충남도는 환승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32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민주당-충청권 당정협의회에서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가 서해선과 신안산선의 직결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달 24일 열린 민주당-충청권 당정협의회에서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가 서해선과 신안산선의 직결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국토부의 계획변경 소식이 알려진 뒤 충청권 자치단체는 물론 정치권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와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달 24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서해선과 신안산선 직결 충청권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 자리에서 양승조 충남지사는 “국토부의 환승 계획은 충남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지역발전을 기대했던 주민들에게 상실감과 허탈감을 안겨줬다”며 “경부·호남선, 강릉선 등 전국 주요철도 가운데 서해선만 유일하게 환승으로 계획하는 것은 지역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에는 충남지역 15개 시장·군수들이 ‘직결 촉구를 위한 공동 건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충남도는 전북과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해선이 장항선과 이어져 전북 익산, 대아로 연결돼 전북지역 주민에게도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민주당-충청권 당정협의회에서 양승조 충남지사(왼쪽 둘째)와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이 서해선과 신안산선 직결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달 24일 열린 민주당-충청권 당정협의회에서 양승조 충남지사(왼쪽 둘째)와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이 서해선과 신안산선 직결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도 관계자는 “국토부의 2010년 기본계획 고시문, 2015년 기공식 때의 보도자료 등을 보면 서해선 신안산선은 직결이 원래 계획이었다”며 “서해선이 신안산선과 직결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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