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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금지 통고한 집회 행진…法 "교통방해죄 성립 안돼"

중앙일보

입력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서 민주노총 등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개최한 정부 규탄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참가자들이 행진하던 중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서 민주노총 등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개최한 정부 규탄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참가자들이 행진하던 중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지 통고를 받은 집회의 행진에 참여했더라도 중대한 도로 교통 방해를 일으키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제주지역 한 시민단체 간부 박모(47)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박씨는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했다. 이날 대회에는 총 53개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참가자 6만80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서울광장 등에서 사전 집회를 연 뒤 오후부터 보신각 앞 도로에서 양방향 전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했다. 경찰이 행진이 금지 통고됐다며 제지하자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박씨는 이들과 함께 행진에 참여했다. 검찰은 박씨가 집회참가자들과 공모해 교통을 방해했다며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행진이 있었던 당일 다수 단체가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시위·행진 신고서를 냈고, 일부 단체가 낸 신고에 대해서는 경찰이 금지 통고를 한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박씨가 신고 범위나 금지 통고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박씨가 집회와 시위에 단순 참여한 것을 넘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한 점 등이 있었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며 박씨의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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