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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중진 불출마 권유 안 했다”…김수현은 불출마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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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워크숍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을 민주적, 객관적으로 총선까지 잘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워크숍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을 민주적, 객관적으로 총선까지 잘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나는 ‘중진 의원 불출마’를 권유한 적이 없다.”

민주당 총선 물갈이설 뒤숭숭 #이 대표, 하루 두 차례 이례적 해명 #인재영입 발표 앞당겨질 가능성 #“조국 정국 탈피 국면전환용” 분석 #영입 거론 김수현 “출마 감당 못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때 했다는 말이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근 당 안팎에 불거진 중진 의원 불출마, 현역 의원 물갈이론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내가 직접 불출마를 권하고 그런 건 아니다”는 취지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창당 64주년 기념식에선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10년을 했지만 정권을 빼앗기고 나니 우리가 만들었던 정책과 노선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보고 정권을 빼앗겨선 절대 안 되겠다고 각오를 했다”고 했다. ‘총선 승리를 통한 재집권’이 이날 기념식의 화두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도 현역 물갈이론과 관련, “요즘 이상한 뉴스들이 있는데 흔들리지 마시고 당은 아주 민주적으로, 객관적으로 총선까지 잘 운영할 거라고 의원님들께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해찬 창당 기념식서 "정권 뺏기면 안돼”  

내년 4월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물갈이론’이 돌면서 당 분위기가 어수선하자 이 대표가 직접 나서 인위적인 인적 개편은 없을 거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달 초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각 의원실에 ‘국회의원 최종평가 시행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타진하자 당내에서는 ‘물갈이 신호탄’이란 얘기가 나왔다. 해당 공문에는 “평가를 앞두고 차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거나 출마 의사가 없는 의원은 객관적으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를 제출해 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공문은 이 대표 승인을 받아 통보된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과 백원우 부원장이 최근 이 대표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5선 중진 원혜영 의원 불출마 소식이 전해지면서 물갈이론이 더욱 확산됐다. 또 ▶유은혜(재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3선) 국토교통부 장관 ▶진영(4선) 행정안전부 장관 ▶박영선(4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내년 총선 불출마 결정이 18일자 중앙일보를 통해 보도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이해식 당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장관은 (불출마 의사가) 맞는 것 같다. (이 대표도 불출마 의사를 전달받은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다”며 “유 장관은 가변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약 1시간 뒤 이해식·이재정 대변인 ‘공동’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관련 기사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유 장관과 김 장관의 불출마설은 교체 시 인사청문회 검증 정국에 대한 부담과 후임자 인선난, 두 장관의 지역구 상황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열린 민주당과 인천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송영길 의원이 받아본 문자메시지가 취재진 카메라에 잡힌 것도 미묘한 파문을 던졌다. 문자엔 ‘결격사유가 있거나 물의를 일으켜 해당(害黨)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누가 무슨 권리로 불출마를 강제할 수 있습니까’라고 적혔다. 또 이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에) 3선 이상이 너무 많고 386세대(물갈이론)를 언론에 흘리는 걸 보니 이해찬이 명분을 만들어 감정을 앞세울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돼 있다.

민주당 중진 "송영길 일부러 문자 노출”

송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회의 도중 메시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극적인 메시지가 사진에 찍혀 유감을 표한다”며 “논란이 된 메시지는 저의 의견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가진 어느 분이 보낸 내용의 일부”라고 해명했다. 송 의원은 문자메시지 공개 뒤 이 대표 측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죄송하다”고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송 의원이 일부러 문자메시지를 노출했을 수 있다”(한 중진 의원)는 얘기도 나온다. 86그룹의 대표주자이자 4선 의원인 송 의원이 당 내의 중진·86 물갈이론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뜻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조국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선 물갈이론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은 연말께로 예상됐던 총선 인재 영입 발표를 오는 10월로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 한 핵심 인사는 “이 대표가 청년·소외층을 대변하고 외교안보·경제 분야 전문가 그룹, 취약 지역에 내세울 수 있는 명망가 중심의 인재 영입을 구상 중이며 접촉 대상자들이 결심을 굳히는 대로 이르면 10월부터 영입 발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뉴시스]

김수현. [뉴시스]

한편 민주당 총선 영입 ‘1호’ 인사로 거론돼 온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날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으로부터 구미 또는 대구 지역 출마를 강하게 권유받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고심을 거듭했지만 제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그가 청와대 출신이라는 강점을 안고 대구·경북(TK) 지역에 전략적으로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 환경부 차관을 역임했다. 그가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민주당의 영남권 총선 전략은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형구·심새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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