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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수입 중 사우디産 30%..."장기적으로 기름값 상승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유전. [사진 AP=연합뉴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유전. [사진 AP=연합뉴스]

“포스 마주어(force majeure·불가항력이란 뜻의 프랑스어) 선언은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 대한 무인기 공격에 따른 업계 평가다. 국내 정유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원유를 공급하기 불가능할 경우 포스마주어 선언을 하지만 무인기 공격으로 인해 이런 선언이 없었기 때문에 원유 공급에 당장 차질이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16일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장 초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로 19% 넘게 치솟았다. 사우디산 원유 수급이 불안정 전망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는 크게 출렁였다.

국내 정유 업계도 사우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해 사우디에서 수입한 원유는 전체 수입량의 29%를 차지한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사우디는 한국이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이고 이번에 피격된 시설이 사우디 원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국내 유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와 국내 정유사는 한 달 치 이상의 원유 비축분과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원유가 모자라거나 가격이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장기적으로 수급 차질과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재 아람코로부터 공급받는 원유는 계획대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므로 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도 영향이 있을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국제 유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당장 업계에서는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올해 말까지 지속한다고 밝힌 한시적 감산 기조를 당분간 중지하거나 다른 산유국으로부터 수입을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유 업계뿐만이 아니라 원유를 원료로 하는 국내 석유화학사도 사우디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오름에 따라 석유화학의 주원료가 되는 나프타 가격이 상승할 수 있어서다. 국내 대형 석유 화학사 관계자는 “긍정과 부정적인 요소가 함께 연결되어 있어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료 가격도 오르지만, 제품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있어서 단기적으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강기헌·임성빈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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