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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입시자료 못찾는다…원서접수 대행사 "DB에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압수수색한 고려대 인재발굴처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압수수색한 고려대 인재발굴처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딸(28)이 제1저자로 참여한 병리학 논문이 지난 5일 취소 처분을 받으면서 조씨의 2010학년도 고려대학교 수시모집 합격 취소 여부를 가를 쟁점으로 떠올랐다. 구체적으로는 병리학 논문이 학교에 제출됐는지, 제출됐다면 합격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이다. 조씨는 2010학년도 세계선도인재 전형으로 고려대에 합격했다.

“원서 접수 대행사 DB 살펴봐야” 주장 나와

논란이 불거진 직후 고려대는 “당시 교육부 지침에 따라 5년마다 입시 자료를 폐기해 현재 학교에 남아 있는 건 없다”고 밝혔다. “학교 전산 데이터베이스(DB)에도 남아있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DB 역시 5년마다 삭제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원서 접수 대행업체인 A사나 B사에 자료가 남아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학들이 이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원서 접수 대행 업무를 맡기고 있기 때문에 해당 업체 DB에 조씨가 제출한 자료가 남아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학은 이들 모두와 계약을 맺거나 혹은 하나만 선택해 계약을 맺은 후 해당 업체를 통해서만 원서 접수를 한다. 고려대는 A사를 통해 수시 원서 접수를 하고 있다.

업체 측 “1년마다 DB 삭제”

A사 관계자는 “학생들이 제출한 자료와 관련된 DB는 1년이 지나면 삭제한다”고 밝혔다. 사이트에 접수된 원서와 관련 자료들을 각 대학에 넘겨준 이듬해에 DB에서 삭제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매년 방대한 양의 원서가 접수되는데 오래 가지고 있기에는 저장공간이 부족하다”며 “학생들의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도 그렇게 하는 게 바르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씨가 다른 학교에 진학할 때 A사가 아닌 B사를 통해 원서를 접수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내 대학들은 원서 접수 대행을 A사와 B사에만 맡기고 있다. 여기서 자료가 나온다면 고려대 입시에 논문을 제출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B사 관계자 역시 “우리도 1년마다 자료를 삭제한다. 2010년 입시 관련 자료는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고려대와 업체들의 설명이 맞다면 학교와 대행업체 어디에도 당시 입시 과정을 역추적할 만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뜻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달 27일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인재발굴처 압수수색을 마친 뒤 빠져나가고 있다. 우상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달 27일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인재발굴처 압수수색을 마친 뒤 빠져나가고 있다. 우상조 기자

검찰은 지난달 27일 고려대 인재발굴처(옛 입학처)를 압수수색했다. 이 때 부산대ㆍ단국대ㆍ공주대 등 조씨와 관련된 대학들을 한꺼번에 압수수색했지만 입시 대행 업체는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다 삭제하고 우리에겐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걸 (검찰도) 알고 있어서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씨 입학 취소의 ‘키’를 쥐고 있는 고려대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아직까지 입학 취소 논의에 돌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입학 취소는 별도의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심의위)를 꾸려 이뤄진다. 고려대 학사운영규정 제8조에 따르면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입학사정을 위해 제출한 전형자료에서 중대한 하자가 발견된 경우 학교는 심의위를 열어 논의 과정을 거친 후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 심의위가 열리면 학생에게 서면 또는 출석으로 소명을 요구하게 되고 학교는 이를 종합해 최종 판단을 내린다.

조씨의 고려대 입학이 취소되면 고려대 졸업을 전제로 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도 취소될 수 있다. 앞서 부산대 관계자는 “입시요강에 명시된 것처럼 부산대 의전원엔 ‘대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며 “고려대 학위가 취소되면 부산대 입학도 무효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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