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감자 가장 큰 걱정은 가족”...가족 문제 해결하면 재범률도 낮아져

중앙일보

입력

[중앙포토]

[중앙포토]

수감자들의 가장 큰 걱정은 뭘까. “단연 가족 걱정이죠.” 구치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피해를 받지는 않을까, 형기를 마친 자신을 다시 가족으로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늘 이들을 괴롭힌다.

이에 법무부가 나섰다. 수감자와 수감자 가족 간의 관계회복을 돕기 위해 여러 방안을 구상하고 추진 중이다.

수감자 4명 중 1명은 부모...자녀는 모르는 경우도

수감자에게 자녀가 있을 경우, 걱정은 깊어진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한 2017년도 ‘수용자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53개 교정기관에 수감 중인 재소자의 25.7%가 미성년자녀를 두고 있다. 수감자 4명 중 1명은 아들·딸이 있는 부모인 셈이다.

수감자 가족들은 사회적 편견과 냉대를 견디며 살기도 한다. 부모나 배우자의 범죄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 경우 2차 피해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로 돌아온다. 2013년에는 고등학생 아들이 성범죄자인 아버지에 대한 신상이 공개되자 “가족이 완전히 단절됐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부모가 수감된 걸 모르는 경우도 많다. 수감자 자녀의 약 30% 만이 부모의 수용 사실을 알고 있다. 현재 5명의 의뢰인이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돼 있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긴 출장을 갔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많이들 한다”며 “그런 경우 대부분 부부 사이의 관계도 틀어진다”고 말했다.

가족과의 관계회복은 재범률 낮춰

전문가들은 가족들과의 관계회복이 재범률을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1월에 낸 ‘재범방지 전략으로서 가족관계회복의 필요성’ 보고서는 가족관계의 회복도가 높을수록 회복탄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회복탄력성이란 역경이나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다. 반면 가족관계가 악화되면 공격성이 높아진다. 이는 출소 후 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속감이 있게 되면 재범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안정적이고 보호받는 환경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재범 억제에 영향을 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가족이 재사회화에 필수적인 정신적 지지와 사회와의 연결망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족다울 수 있는 장소에선...대화도 부드러워져 

수감자와 가족과의 관계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법무부는 2017년 재소자 자녀 지원단체 세움과 함께 아동친화형 가족접견실을 구축했다. 철창을 사이에 두고 가족의 얼굴을 보지 말고, 따뜻하고 넓은 공간에서 가족만의 개인적 시간을 주자는 취지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반 면회실에서 말을 하다 보면 서로 오해가 쌓일 수 있다”며 “한 번이라도 수감시설이 아닌 곳에서 만나 대화하게 되면 비교적 열린 자세로 대화할 수 있게 되고, 문제 해결이 조금 더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의 구조와 유사하게 설계된 아동친화형 가족접견실에는 아이들을 위한 인형과 동화책 등이 놓여있다. 수감자가 원한다면 상의를 사복으로 갈아입을 수도 있다. 수감자들이 가족접견실을 정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 한 번, 많아야 두 번 정도다. 2시간의 제한시간도 있다. 요건도 까다로워 교도소나 구치소 내부의 회의를 통해 허가여부가 결정된다. 문제가 있는 가정이거나 고령의 부모님 혹은 어린 자녀들이 방문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아동친화 가족접견실

아동친화 가족접견실

가장 최근에 아동친화형 가족접견실이 설치된 동부구치소의 관계자는 “수감자들과 가족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가족과의 관계가 원만할 경우 수감생활에도 비교적 잘 적응한다”고 말했다.

아동친화형 가족접견실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전국 41개의 교정시설 중 24개에는 이미 설치가 완료됐거나 설치 예정이다. 이 외에도 법무부는 엄마의 목소리로 동화책을 녹음해 미취학 자녀에게 전달하는 ‘엄마의 목소리’ 프로그램을 지난 8월 도입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수감자 가족 지원 움직임

미국 정부는 2006년 수용자자녀에 대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법률로 제정했다. 수감자의 자녀들이 아동친화적 환경에서 부모를 방문하고 면접할 권리, 알 권리 보장 등에 관해 재정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주거·의료·금전 지원 프로그램뿐 아니라 학업·심리 지원 등 세분화된 프로그램 등도 운영 중이다.

수감자 자녀 권리옹호 캠페인을 벌이는 곳도 있다. 유럽 19개국의 수감자 자녀 네트워크인 ‘COPE(Children of Prisoner Europe)’는 2013년부터 ‘내 죄가 아닌데, 아직도 벌을 받고 있어요(Not my crime, Still my sentence)’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