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평동 상인들 "집단손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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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근 헬스클럽은 아직도 물이 발목 높이까지 고여 있어 출입이 어려운 상황. 관장 고영훈(28)씨는 물에 잠긴 러닝머신 20여 대와 TV.컴퓨터 등을 밖으로 내다버리며 한숨을 쉬었다. 고씨는 "물이 빠지더라도 다시 영업하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16일 폭우로 물난리를 겪은 양평2동에 물이 빠지면서 피해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아파트 상가와 연립주택 지하에서 특히 심각했다.

4평 남짓한 지하방에 네 가족이 살던 조성훈(40)씨의 방은 벽지가 다 쓸려가고 흉물스럽게 시멘트벽이 드러나 있었다. 조씨와 같은 처지의 연립주택 24가구를 비롯, 양평동 일대 대부분의 지하방은 완전히 물에 잠겨 모든 살림살이를 들어낸 상태다. 골목마다 다세대.연립 주택에서 꺼내놓은 쓰레기.못 쓰게 된 가전 제품 등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한신아파트 상가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영남(52)씨는 "냉장고 가동을 못해 소 두 마리, 돼지 열 마리 분량의 고기가 상했다"고 하소연했다. 양평2동사무소는 연립.다세대 주택의 지하 170여 가구와 상점 150여 곳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집단소송 준비=피해가 컸던 한신아파트 상가의 상인 30여 명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안양천 둑을 가로지르는 공사를 한 지하철 9호선 7공구 시공사에 수해 책임이 있다"며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대책위원회 총무 명구재(40)씨는 "손해액 산정 입증자료를 작성해 손해사정 법인에 제출하기로 했다"며 "소송에는 일반 주민도 곧 합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해감정사 구본길씨는 "2~3일 내로 피해규모를 산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등포구청은 정확한 피해규모 파악을 위해 이날부터 피해신고를 받기 시작했다.

김호정 기자, 박대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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