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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찢겨진 데스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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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정의당 ‘데스노트’(Death Note)가 처음 회자된 건 2017년 8월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명될 때였다. 앞서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반대한 강경화·송영무·김상조 등은 그대로 임명된 반면, 정의당도 반대한 안경환·조대엽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박기영 후보자에 대해 정의당이 “연구 윤리를 어겼다”며 거부하고, 사흘 뒤 박 후보자가 물러나자 “족집게 같다, 소름 끼친다”는 이들이 생겨났다. 특히 데스노트는 ‘셀프 후원’논란으로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낙마할 때 정점을 찍었다. 당시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민 상식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거치며 “데스노트의 시효가 끝났다”란 평가가 적지 않다. 우선 이중잣대다. 여태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안경환(불법 혼인신고), 조대엽(음주운전), 박성진(역사관 논란), 조동호(부실학회 참석), 최정호(부동산 투기) 등에 비해 조국 장관의 의혹은 사모펀드·딸 논문·표창장 위조 등 차고 넘친다. 당 행보도 오락가락했다. 초기엔 “조국 보니 김의겸은 짠하다”며 부정적 기류가 역력했는데, 선거법이 정개특위를 통과하자 돌변했다. “데스노트가 아니라, 거래노트”라는 지적이다.

‘데스노트’는 본래 2003년 만들어진 일본 만화다. 평범한 학생 라이토가 우연히 노트를 하나 줍고, 거기에 이름을 쓰면 그 사람이 죽는다는 게 모티브다. 라이토는 심판받지 못한 흉악범의 이름을 적어가며 악을 처단하고자 한다. 하지만 연쇄 살인 범죄에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라이토는 절규한다. “나야말로 정의야. 약자를 구하는 신이라고.”

정의가 과연 정의로운지 묻는 원작의 주제가 고스란히 현실에서 재연된 것일까. 만화 ‘데스노트’에서 마지막에 적힌 이름은 주인공 라이토다.

최민우 정치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