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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who & why] 이언주의 삭발 효과···머리카락 잃고 세가지를 얻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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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무소속 의원의 삭발이 동료 여성 의원의 삭발로 번졌다.

이언주(무소속)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언주(무소속)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뉴스1]

11일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정권 퇴진의 밀알이 되겠다”며 삭발식을 거행했다. 이날 박 의원의 삭발식을 찾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할 수 있는 모든 투쟁 방식을 강구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언주 의원은 10일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삭발식을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집과 오만함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타살됐다"고 했다. 이 의원은 삭발식 내내 울먹거렸고 끝내 눈물을 보였다.

여성 정치인의 삭발은 드문 일이다.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하며 삭발했던 김미희 전 통진당 의원 이후 여성 의원 삭발은 처음이다. 특히 이언주 의원의 삭발에는 여러 정치적 함의가 내포돼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①‘반(反)조국’ 최전선
조 장관의 임명을 전후해 보수 야권에선 ‘반(反)조국 연대’ 바람이 거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0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을 직접 찾아 조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국민연대”를 제안했다.

이 의원은 줄곧 “반문(반문재인)연대에 앞장서겠다”고 해왔다. 지난 7월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선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한국당), 홍문종 공동대표(우리공화당) 등이 참석해 “반문연대를 통해 대한민국을 지키자”고 했다. 바른미래당 탈당 이후 정치적 반등의 계기를 찾고 있는 이 의원 입장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조 장관을 직격함으로써, 야권을 아우르는 ‘반조국 연대’의 최전선에 서는 셈이 됐다.

실제 야권에선 긍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즉각 페이스북에 “아름다운 삭발”이라며 “야당 의원들은 이 의원의 결기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이 무소속 이언주 의원에 이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해 삭발했다. 자유한국당 김숙향 동작구당협위원장이 동참했다. 황교안 대표가 삭발식에 찾아와 격려했다.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이 무소속 이언주 의원에 이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해 삭발했다. 자유한국당 김숙향 동작구당협위원장이 동참했다. 황교안 대표가 삭발식에 찾아와 격려했다. 오종택 기자

②PK 대전
이 의원의 현재 지역구는 경기 광명을이지만, 내년 총선에 부산 영도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조 장관 스스론 내년 총선 가능성을 부인하지만, 여권에선 그를 “PK(부산·울산·경남)의 대표 주자”로 여기고 있다.

이 의원은 조 장관이 민정수석이던 지난 4월 언론 인터뷰에서 “조 수석이 부산 영도에 출마해도 자신 있다. 당연히 붙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동향인 조 장관과 각을 강하게 세우면서 ‘386 기득권 대 포스트 386’의 구도를 짜겠다는 게 이 의원의 복안이기도 하다.

③한국당과 밀당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사태에 반발해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후 한국당에 입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 의원은 여전히 무소속 상태다. 이 의원은 사석에서 “보수 지지층은 달라진 보수를 원하는 데 한국당은 여전히 기득권에 안주하려 한다. 내가 과연 들어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반면 한 한국당 의원은 “이 의원의 투쟁력을 인정하지만, 당내에서도 ‘입당하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입당하면 부산보다는 수도권에서 출마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같은 미묘한 밀당 국면에서 이 의원의 선명성이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도 하나의 카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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