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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공정 죽었다"···조국 장관 향해 세번째 촛불 든 서울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3차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태윤 기자

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3차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태윤 기자

“대한민국의 정의와 공정은 죽었다”

서울대 총학생회(총학)는 9일 오후 6시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500여명이 모인 집회에서 김다민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이날 정부가 청년 대학생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임명을 강행했다며 이렇게 비판했다.

그는 “부와 권력의 비정상적인 대물림은 이 사회에서 배제돼야 하므로 촛불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지난 몇 주간 조 장관의 지지자로부터 욕설과 조롱을 들었다며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중략)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공정한 권력은 끌어내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고 했다.

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3차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태윤 기자

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3차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태윤 기자

이어 “서울대학교 학생 전부가 기득권, 적폐라는 주장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검찰 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 하에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짓을 당장 중단하고 책임 있는 모습으로 사퇴하라”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이 조 장관을 향해 촛불을 든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사모펀드 투자, 딸 논문 제1저자 논란 등 조 장관을 향한 의혹이 드러나자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달 23일 자발적으로 첫 번째 촛불 집회를 열었다.

당시 500여명이 모였고 이 뜻을 총학이 이어 28일에는 두 번째 촛불 집회를 진행했다. 2차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800여명이 모였다. 이번 집회 역시 앞선 집회와 마찬가지로 정치색 시비를 배제하기 위해 학교 포털사이트·학생증·졸업증명서 등으로 서울대 재학생이나 졸업생이라는 사실을 인증한 사람만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3차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태윤 기자

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3차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태윤 기자

집회 참가자들은 기자간담회나 인사청문회를 거쳤지만 조 장관 딸에 대한 장학금 특혜 논란이나 사모펀드 투자과정에 대한 해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평가했다. 또 조 장관의 아내 정모씨가 동양대 총장상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 등 법을 어긴 정황이 나온 부분에도 주목했다.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조 장관의 딸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은 게재 취소됐고 조 장관의 아내는 표창장 위조 의혹을 받고 검찰에 기소됐다”며 그동안 불법은 아니라던 조 장관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본인과 가족에 대한 근거 있는 의혹이 쏟아지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에게 법무부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냐”며 “의혹이 해소되기 전까지 법무부 장관 임명을 스스로 거부하라”고 요청했다.

재료공학부에서 박사과정 중이라고 밝힌 김근태 학생은 “국민이 손에 든 촛불에 의해 정권은 바뀌었지만 새롭게 권력을 잡은 자들이 보여주는 자들의 행태는 다르지 않다”며 “전국에 울려 퍼진 부정부패와 비리 척결에 대한 목소리 2019년에는 나오지 않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3차 촛불 집회가 열렸다. 500여명의 참가자는 사전 신청자 발언이 끝난 뒤 정문까지 행진했다. 이태윤 기자

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3차 촛불 집회가 열렸다. 500여명의 참가자는 사전 신청자 발언이 끝난 뒤 정문까지 행진했다. 이태윤 기자

정부의 임명 강행에 허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임지현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회장은 “특권층이 함부로 자기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 쓰지 않을 것이라는 사소한 믿음이 오늘 깨졌다”며 “그토록 수많은 반대와 각종 의혹, 검찰 수사를 뿌리치고 임명을 강행한 정부에 그동안 외친 공정과 정의가 살아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조적조(조국 장관의 적은 과거의 조국)’ 비판도 이어졌다. 김도연 정치외교학부 학생은 “국민 무기력하게 만드는 정치인 촌철살인 하던 조 장관은 어디에 있나”며 “당신(조 장관) 가족이 어떻게 살았는지 몰랐다고 했지만, 당신은 알았다면 공범 몰랐다면 무능이라 외치던 사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부끄러움을 느꼈다면 진정한 개혁을 위해 장관 자리에서 내려와 달라”고 요청했다.

발언을 마친 500명의 참가자는 “법무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정문까지 행진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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