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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태풍 때문에 불공정 주장 나온 KG·이데일리 오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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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린. [KLPGA/박준석]

박교린. [KLPGA/박준석]

지난 5일 기상청은 "북상하는 태풍 링링이 바람세기 면에서 기록적인 태풍이 될 가능성이 높고 심각한 인적·물적 피해가 예상된다"며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6일 중부지방 골프장은 평소에 비해 이용자가 20% 이상 줄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주최 측도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1라운드가 열린 6일엔 날씨가 나쁘지 않았다. 구름만 낀 수준이었다. 경기는 정상적으로 치러졌다.

태풍이 중부지방으로 북상한 7일, 대회 조직위는 심한 악천후를 예상하고 날씨가 나빠지면 경기를 즉각 중단시키려 했다. 그러나 오전에는 경기를 할 만 했다. 태풍이 근처에 있다고 하지만 날씨가 나쁘지 않아 일단 시작했다.

대회 관계자는 “바람이 불었지만 때론 해가 뜨기도 했다. 아주 강한 바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전 조 선수들 57명이 경기를 마쳤다. 오후가 돼선 경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람 속도가 빨라졌다. 그러자 경기위원회는 안전을 위해 경기를 중단했고 대회를 2라운드 36홀로 줄였다.

2라운드 경기는 취소하지 않고, 잔여경기를 다음 날 치르고 3라운드를 없애기로 했다. 그러자 선수 일부는 “불공정하다”며 “2라운드 경기를 없던 것으로 하고 새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전 조 선수들은 바람 속에서 경기했는데 오후 조 선수는 다음 날 평온한 날씨에서 경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절반 정도의 선수가 경기를 마쳤고 나머지 선수들도 일단 경기를 시작했다면 경기 취소는 쉽지 않다. KPGA의 김용준 경기위원은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골프는 자연 속에서 경기하는 특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태풍이 접근해 날씨가 나빠질 것이 뻔하니 아예 경기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옳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김용준 위원은 "날씨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해 경기를 안했는데 날씨가 나쁘지  않다면 '왜 경기를 안 했느냐'는 항의가 나올 것이다. 또한 큰 돈을 내는 스폰서를 위해서라도 대회는 가능한 치르고 미디어에 노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풍 링링은 최대 초속 52.5m의 역대 5위 강풍으로 전국을 강타했다. 그 여파로 3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16만여 가구가 정전됐다. 그러나 중부 내륙 지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았다.

대회를 치른 서닝 포인트 등 골프장의 날씨가 심각하게 나쁘지는 않았다. 골프는 경기를 치를만 하면 가능한 대회를 열어야 한다. 그런데도 KG 대회에서 불공정 주장이 나온 건 링링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윤기한 통보관은 “링링은 서해상에 많은 비를 내렸지만 중부 내륙엔 비가 많지 않았다. 가을 태풍은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바람이 적은 곳도 있다. 기상청은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예보한다”고 말했다.

2라운드 36홀로 축소된 경기에서 우승은 11언더파를 기록한 신인 박교린(20)이 차지했다. 박교린은 바람이 많이 분 전날 5개 홀, 8일엔 13개 홀을 쳤다. 10언더파 2위인 조정민은 전날 3개홀, 8일 15개홀을 경기했다. 9언더파 3위인 이다연은 조건이 상대적으로 나빴다. 강풍이 분 전날 16개 홀을 치고 8일 2개 홀을 쳤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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