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인에 파고드는 무허 "대입학원"|수강료 핑계로 책·학습 테이프값 60만원|대부분 강의 실없이 허위학력 강사 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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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가정 형편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고졸 직장인들의 심리를 악용해 수강생을 모집해 놓고 강의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으로 속이는 무허가 사설 입시 학원이 성행하고 있다.
시간 제약이나 연령, 경제 사정, 기초 지식 여부에 상관없이 야간 대학의 합격을 보장한다는 전단을 무더기로 배부해 고졸 직장인을 속이는 이들 학원들은 알고 보면 허위 학력의 강사진, 허위 합격자 수기에 강의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채 학원을 위장한 책장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 보호원에 지난 4월이후 8월말 현재까지 이와 관계된 3백여건의 고발 사례가 접수됐고 한국 소비자 연맹에도 매월 20여건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소비자 보호원에 따르면 이들 고발대상 업소들은 2백여명이 고발한국가고시 연구학회 및 이와 유사한 방법을 쓰고 있는 H학력 개발원·E아카데미·H문화 등인데 모두 일정설비와 강사를 갖춰 해당 교육구청에 인가를 받게 명시한 학원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제5조 2항)을 위반한채 학원 행위를 하고 있는 무허가 업소들이다.
국가고시 연구 학회의 경우 기독교 방송내에 사무실을 임대해 놓고 그럴듯한 사업처럼 위장하고 있다고 보호원 서비스과 전효중 대리는 말했다.
이 학원 수강 신청 학생들은「입시 전략 할부 계약서」라는 모호한 이름의 계약서를 작성한후 1년치 수강료로 61만 5천원을 전액 지불하거나 신용카드 할부지급 계약을 맺게 된다.
동시에 강의 관련 학습 테이프 50개, 서적 5권과 함께 학생증을 발부받게 된다.
수강생 오영순씨(25·여·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등 수강생들이 고발한 흔한 케이스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질문에도 대답을 못하는 등 수준이 형편없어 수강할 수 없다』며 환불을 요청해 온 것.
수강생의 고발이 급증하자 한국 소비자 보호원이 학원 교사들의 학력·경력등을 조회한 결과 광고와는 전혀 달리 모두 가짜였음이 밝혀졌고 명문대학에 입학한 합격자 수기도 거의가 날조됐음이 드러났다.
학생들의 해약 요청이 빗발치자 학원측은『학생들이 서명한 입시전략 할부 계약서는 어디까지나 학습 테이프와 책을 위한 물품판매 계약서지 학원 수강 계약서가 아니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들은 허위 광고 전단을 뿌리고 학생증을 발급하는 수법으로 학생들의 착각을 유도한 후 학생들이 계약서의 세세한 문구를 살피지 않는 약점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계약서상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5일 이후 30일전 반품시 불입 금액은 무효이며 정가의 30%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내야한다」는 설명이 명기된 만큼 환불해 줄수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게다가 할부로 계약을 한 후 강의에 의문을 제기, 대금 지불을 미룰 경우 전문 수금회사를 동원, 「미납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경고하니 유념하라」는 협박 일색의 최고장을 우송하기도 한다.
이 학원외에 일부 무허가 직장인 입시 학원들도 이와 비슷한 방법을 쓰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은 국가고시 연구학회의 경우 고발 건수의 약 반에 해당하는 사례에 대해 전액 환불토록 처리했다.
나머지 고발 사례들은 현재 조정중이다. 소비자 보호원은 또 이들 학원을 조치토록 서울시 교위에 통보했다.
최충대 서비스 과장은 『회사내에서 학력으로 인해 월급이나 승진에 불이익을 당하는 고졸 직장인들의 심리적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무허가 학원 피해자들의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직장인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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