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7년전엔 국정원 여직원 신상 공개···野 "악어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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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녀 관련 이야기를 하다 눈가를 매만지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녀 관련 이야기를 하다 눈가를 매만지고 있다. [뉴스1]

 “혼자 사는 딸 아이 집 앞에 밤 10시에 문을 두드립니다. 남성 기자 둘이 (문을) 두드리면서 나오라고 합니다. (중략) 야밤에는 가주지 말아 주십시오. 저희 아이가 벌벌 떨면서 (집) 안에 있습니다. 그렇게 생활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까?”

2일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딸과 관련된 의혹을 언급하면서 감정이 고조된 듯 울컥한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저를 비난해 주십시오”라는 말만 세 차례 반복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악어의 눈물”이라며 맹비난했다. 특히 조 후보자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국가정보원의 댓글공작 의혹의 당사자인 국정원 여직원의 거주지를 유포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조 후보자는 2012년 12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추가속보! 문재인 비방 글 작업을 한 국정원 직원이 문을 잠그고 대치 중인 곳은, 역삼동 OOO 건너편 OOOO 오피스텔’이라고 썼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후보자의 거짓! 실체를 밝힌다'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후보자의 거짓! 실체를 밝힌다'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딸이) 밤 늦게 기자들 때문에 불안했다는데 그것도 믿을 수 없다”며 “(조 후보자는) 정작 국정원 여직원, 아이와 똑같은 28살 어린 여자가 사는 그 오피스텔 호수까지 공개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이중기준이 어딨습니까”라면서 “이런 사람은 법무부 장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미경 자유한국당 최고위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에 민주당이 급습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조국씨가 SNS에 그 여직원의 신상을 다 공개해버렸다. (네티즌들에게) 거기 찾아가라는 얘기”라며 “이런 분이 자기 딸에 대해서는 심하게 상처 입고 눈물 흘리는 게 진정성이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국 후보자가 나이 쉰다섯에 이르러 딸에게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서야 여성이 혼자 사는 곳에 침입하고 스토킹하는 게 얼마나 나쁜 일인지 알게 되었다고 하니 우선 축하한다”며 “2012년에는 여성이 혼자 사는 집의 주소까지 인터넷상에 무차별적으로 유포하던 기록이 있네”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출신 이언주 무소속 의원 역시 “악어의 눈물 흘리지 마라! 가증스럽다”고 비난했다. “(조 후보자는) 과거 많은 사람에게 잔인하리만큼 몰아붙이지 않았는가? 물에서 빠진 개가 물 밖으로 나오면 살려주지 말고 더 두들겨 패라는 게 누구였나?”라면서다. 그러면서 “내 가족과 내 딸만 안쓰럽고 상처받은 다른 학부모와 학생들은 괜찮나”라며 “어디서 감정팔이 쇼하는가”라고 몰아붙였다.

반면 여권에서는 당시 국정원 여직원의 거주지는 국정원 댓글공작 범행 관련 현장인 데다 여직원이 공직자 신분으로 범행 사실을 감추기 위한 ‘셀프 감금’이었다는 점에서 조 후보자 딸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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