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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구식’ 한국농구, 러시아전에는 ‘양궁농구’ 보여줄까

중앙일보

입력

한국농구대표팀 김선형(오른쪽)이 지난달 31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농구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 대한농구협회]

한국농구대표팀 김선형(오른쪽)이 지난달 31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농구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 대한농구협회]

세계 5위 아르헨티나 농구대표팀의 벽은 높았다.

월드컵 1차전서 아르헨에 26점차 패 #2일 러시아와 2차전, 3점슛 터져야

한국(세계랭킹 32위)은 지난달 31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69-95, 26점 차로 졌다.

1쿼터 한때 11-9로 앞섰던 한국은 2, 3쿼터에 파쿤도 캄파소와 니콜라스 라프로비톨라에게 소나기 3점슛을 얻어 맞았다. 39세 노장 루이스 스콜라에게 원맨 속공도 허용했다. 한국은 44-71로 뒤진채 4쿼터에 들어갔는데, 아르헨티나가 주전을 대거 뺀 ‘가비지 타임’이었다.

아르헨티나가 3점슛 17개 성공한 반면 한국은 8개에 그쳤다. 한국은 귀화선수 라건아(31점·15리바운드)와 이정현(15점)만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팀 야투 성공률은 31.9%에 그쳤다.

한국남자농구대표팀 김상식(왼쪽) 감독. [사진 대한농구협회]

한국남자농구대표팀 김상식(왼쪽) 감독. [사진 대한농구협회]

손대범 KBS 해설위원은 “전반 초반에는 준비한대로 수비가 됐는데 기세가 꺾인 뒤 실수를 많이하며 무너졌다.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상대의 빠른 슛타이밍에 고전하며 너무 많은 외곽슛을 허용했다. 아르헨티나가 외곽과 골밑, 속공으로 쉽게 득점을 올리는 효율적인 농구를 했다”고 말했다.

조현일 SPOTV 해설위원은 “아르헨티나는 공격속도를 올려 빠르게 3점슛을 던지는 현대농구를 보여줬다. 반면 한국은 공간활용이나 연계플레이 없이 라건아에게만 공을 넣어주는 90년대 농구를 했다. 최종명단은 감독 고유권한이지만, 개인적으로 슈터 전준범·임동섭·허웅이 제외된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최종명단을 다른 국가들은 대회가 임박해 발표한 반면, 한국만 지난 7월24일 너무 일찍 확정했다. 센터 김종규는 허리와 햄스트링이 안좋고, 엔트리에 전문슈터도 부족하다.

러시아는 지난달 31일 나이지리아와 월드컵 1차전에서 승리했다. 모즈고프가 빠졌는데도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였다. [사잔 대한농구협회]

러시아는 지난달 31일 나이지리아와 월드컵 1차전에서 승리했다. 모즈고프가 빠졌는데도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였다. [사잔 대한농구협회]

한국은 2일 오후 9시30분 러시아(10위)와 2차전을 치른다. 러시아는 티모페이 모즈고프(올랜도 매직), 알렉세이 쉐베드(킴키) 등 주축들이 부상으로 불참했는데도 1차전에서 나이지리아를 82-77로 꺾었다. 2m 이상 선수가 9명에 달하는 러시아는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였다.

남자농구 대표팀 이정현(가운데)이 31일 중국 우한 스포츠 센터에서 농구월드컵 B조 예선 아르헨티나와의 첫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 대한농구협회]

남자농구 대표팀 이정현(가운데)이 31일 중국 우한 스포츠 센터에서 농구월드컵 B조 예선 아르헨티나와의 첫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 대한농구협회]

팬들은 한국농구가 2017년 8월17일 필리핀과 아시안컵 8강전(118-86승)에서 보여준 모습을 바라고 있다. 한국은 3점슛 21개를 던져 16개를 성공, 화살이 과녁 중앙에 꽂히듯 정확한 ‘양궁농구’를 펼쳤다. 당시 미국프로농구 골든스테이트에 빗대 ‘KOR든스테이트(KOREA+골든스테이트)’란 찬사를 받았다.

조 위원은 “한국이 2017년 ‘콜든스테이트’라 불린건 주전 뿐만 아니라 벤치멤버들도 골고루 터졌기 때문이다. 로테이션을 폭넓게 가져가서 스몰라인업으로 패스를 많이 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김선형과 이대성의 역할이 중요하고, 허훈이 피지컬적인 한계가 있지만 1선에서 수비를 흔들어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손 위원은 “러시아는 부상선수들이 대거 빠져 해외에서조차 과소평가를 받고 있다. 해결사가 없다보니 점수차를 벌리지 못하는 경향도 있지만, 3점슛도 정확하고 지역방어도 잘쓴다”며 “요즘에는 스테판 커리 같은 특급슈터를 제외하고 고정된 슈터가 없는 추세다. 모든 선수들이 찬스가 나면 던져야 한다. 우리는 잃은게 없는 팀인 만큼 자신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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