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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산국외도피죄 무죄…작량감경 통해 집유 여지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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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호 03면

국정농단 사건 대법 판결 Q&A

박근혜 전 대통령(左), 최순실(右).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左), 최순실(右). [연합뉴스]

29일 국정농단 사건 3년 만에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근혜(67) 전 대통령과 최순실(63·본명 최서원)씨,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모두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이 부회장의 경우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렸던 말 3마리의 ‘뇌물성’과 삼성 승계작업 실체가 모두 인정됐다. 이 부회장의 뇌물제공 총액은 항소심보다 50억원이 늘어난 86억원이 됐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된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대법원은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최종 판단한 부분이다.

변호인단이 작량감경 주장할 땐 #파기환송심 의외로 길어질 수도 #삼성 뇌물, 경영권 승계 관련 판단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 급물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5년 형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도 뇌물 액수(86억원)는 그대로 인정됐다. 다만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뇌물 사건과 다른 혐의를 모두 합쳐서 선고한 것은 잘못됐으니 분리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해 파기 환송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0년 및 벌금 200억 원을 선고받은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가 성립될 정도의 협박은 아니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롯데가 면세점 인허가와 관련해 두 재단에 낸 출연금은 뇌물로 인정됐다. 또 최 씨가 SK그룹에 뇌물 89억 원을 요구한 혐의도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 액수가 늘어난 반면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뉴스1]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 액수가 늘어난 반면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뉴스1]

중앙SUNDAY는 복수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대법원 선고와 관련해 쟁점 부분에 대한 해설과 향후 있을 파기 환송심에 대한 전망을 Q&A로 정리했다.

파기환송심 얼마나 걸릴까?
구속 기간 만료 전 선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공천개입 혐의로 징역 2년 확정판결을, 최 씨는 이화여대 학사 비리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기결수 신분이기 때문에 구속 기간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역시 별도의 제한이 없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유무죄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고 뇌물죄와 다른 혐의를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이유로 파기환송됐기 때문에 재판 진행이 빨라질 수 있다. 반면 이 부회장의 경우 변호인단이 수동적 뇌물 또는 재산국외도피 무죄 등을 이유로 작량감경(酌量減輕;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에 법관의 재량으로 행하여지는 형의 감경)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재판이 의외로 길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올해 안에 끝날 수도, 반대로 1년 이상 길어질 가능성 모두 있다는 얘기다. 법조계 인사들은 “전적으로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재량에 달렸다”고 말한다.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의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없나?
법리적으로 대법원이 유무죄를 명확히 가린 것으로, 이는 구속력을 가진다. 유무죄를 뒤집을 만한 특별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뒤집히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뇌물죄와 다른 혐의를 분리 선고해야 한다고 했다. 형량이 더 늘어날까?
보통 피고인이 여러 개의 혐의로 기소되면 이를 모두 합한 경합범이 되고, 이 중에서 가장 중한 죄를 기준으로 형을 정한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상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 이처럼 범죄 혐의를 분리해 선고할 경우 묶어서 선고할 때보다 일반적으로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본질적인 부분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양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정농단 재판 Q&A

국정농단 재판 Q&A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이 법정 구속될 가능성은?
뇌물 액수가 많이 늘어나(36억원→86억원) 실형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양형에 가중 요소가 생겼기 때문에 실형 선고로 법정 구속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단순 수학적 계산법에 따라 양형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수동적 뇌물 공여, 가장 중한 범죄인 국외재산도피가 무죄로 확정된 부분 등에서 작량감경될 여지를 재판부가 고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재판부의 재량이 작용할 여지가 일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씨 측에게 제공한 말 3마리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달라진 이유는?
소유권에 있어서 형식성을 중시했느냐, 실질성을 중시했느냐의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심 판결과 대법원 소수 의견에서는 소유권의 형식성을 중시했다. 말의 서류상 소유권자는 삼성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해야 한다는 법률적 기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용 수익과 처분에 대한 권리가 실질적으로 최씨 측에 있다고 판단해 이를 뇌물로 판단한 것이다. 일반인의 법적 상식과 감정, 사안의 중대성 등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영 승계 문제와 관련해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이 수사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 영향이 있을까?
대법원은 삼성 측이 제공한 뇌물의 대가와 관련해 경영권 승계 현안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검찰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앞두고 이 부회장 측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법원 판단을 통해 이러한 검찰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판결이 롯데 신동빈 회장의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까?
신 회장은 2016년 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과 관련해 도움을 받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선 징역 2년 6개월에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2심은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면서도 명시적 청탁을 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풀어줬다. 이 부회장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신 회장 판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항소심은 신 회장에 대해 이미 유죄를 인정한 데다 상급심이 양형을 따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성표 기자, 정미리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도움말 주신 분=호제훈 변호사(법무법인 위),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이완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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