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 8개월 만에 하락세 중단…“日 규제 별 영향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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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메모리 반도체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계속됐던 D램 가격 하락세가 8개월 만에 진정됐다. 지난달 처음으로 반등했던 낸드플래시 역시 2개월째 가격이 올랐다. D램 하락 추세가 진정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올 하반기 사업 계획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7개월 연속 하락했던 D램 고정가, 8월에 ‘보합’ 

3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메모리 반도체 8월 고정가격을 발표했다. D램 범용 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 가격은 2.94달러(약 3550원)로 지난달과 동일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대만 시장조사회사 트렌드포스에서 반도체 분야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리서치센터다.

D램 가격은 올 들어 7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처음으로 하락세가 멈췄다. 기존 20나노미터(㎚ㆍ10억분의 1m)대 D램 생산라인을 모바일 기기용 이미지 센서로 전환하겠다는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의 감산 발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하락세가 멈춘 D램 고정가격은 대형 IT업체들이 서버용 D램, 모바일용 D램을 사들일 때 적용되는 가격이기 때문에 일종의 시장 지표 역할을 한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와 반도체 관련 전시를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 [사진 뉴스1]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와 반도체 관련 전시를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 [사진 뉴스1]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인 128Gb 멀티플 레벨 셀(MLC) 가격은 4.11달러(약 4960원)로 지난달(4.01달러)보다 2.5% 올랐다. 지난 6월(3.93달러) 이후 2개월 연속 오름세다. 일본 도시바의 요카이치(八日市) 낸드플래시 공장 정전 사태, 마이크론의 감산 선언 이후 공급량이 다소 줄어들면서 낸드 가격 역시 하락세가 멈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보고서를 통해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가 한국의 메모리 제품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한국 메이저 업체를 대상으로 불화수소 공급 허가를 내주기 시작하면서 소재 부족 이슈는 다소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지난 29일 자국 기업이 생산한 고순도 불화수소(99.999%)에 대한 수출 신청을 승인했다. 이 불화수소의 최종 사용처는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으로 알려졌다.

“수요 회복된 것은 아니어서 반등할지는 지켜봐야”

다만, 향후 메모리 반도체 가격 전망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D램익스체인지는 “소재 부족 변수가 사라졌다는 건 D램 가격 흐름이 다시 시장 수급에 따라 결정될 것임을 의미하는데, 여전히 높은 재고 수준이 가격 상승을 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같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미국 클라우드 기업의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는한 메모리 가격이 반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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