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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열흘만에 돌아왔던 조은누리양, 수색동참 산악구조대에 후원금

중앙일보

입력

실종 열흘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던 청주 조은누리(14)양이 자신의 수색작업에 동참했던 충북산악구조대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자신을 도왔던 구조대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10년 전 히말라야에서 실종던 직지원정대 소속 고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 대원(당시 42세)의 유가족들이 대원들의 영정과 유골함을 들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취재인과 인터뷰 하고 있다. [뉴스1]

10년 전 히말라야에서 실종던 직지원정대 소속 고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 대원(당시 42세)의 유가족들이 대원들의 영정과 유골함을 들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취재인과 인터뷰 하고 있다. [뉴스1]

29일 충북산악연맹 등에 따르면 전날인 28일 오전 후원금 통장에 조양 이름으로 후원금이 입금됐다. 통장은 지난 2009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반 도중 실종된 뒤 10년 만인 지난달 발견된 직지원정대 박종성(당시 42세)·민준영(당시 36세)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고 운구하는 데 사용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개설한 후원계좌다.

직지원정대 소속 충북산악구조대 수색 동참에 보답 #10년전 히말라야 등반했던 실종대원 2명 최근 수습 #조양 어머니 "도와준 분들께 작은 정성 보태고 싶어"

이들의 유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헬기 사용료와 운구비, 인건비 등으로 2000만원가량이 쓰였다. 당장 돈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구조대는 주변의 권유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29일 현재 조양을 비롯해 40여 명이 후원금을 보탰다고 한다.

박연수(55) 전 직지원정대장은 이날 오후 조양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양 어머니는 “두 대원이 10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온 소식을 들었다”며 “슬픈 일이지만 가족에게는 기쁜 일이고 우리 아이를 찾는 데 힘을 보태준 구조대에 작은 정성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양이 구조대에 후원금을 전달한 데는 따뜻한 사연이 담겨 있다. 조양은 지난달 23일 오전 가족·지인들과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 인근에서 등산하던 중 실종됐다가 열흘 만인 지난 2일 오후 구조됐다.

지난달 23일 충북 청주에서 실종된 조은누리양(14)을 찾기 위해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에 실종전단이 붙어 있다. [뉴스1]

지난달 23일 충북 청주에서 실종된 조은누리양(14)을 찾기 위해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에 실종전단이 붙어 있다. [뉴스1]

당시 조양을 수색하는 데 경찰과 119구조대·군부대 등에서 연인원 5700여 명을 동원했다. 민간단체의 참여도 이어졌고 박종성·민준영 대원이 속해 있던 충북산악구조대도 힘을 보탰다. 조양과 가족이 산악구조대의 노력을 잊지 않고 작은 정성을 보탠 것이다.

박연수 전 대장은 “조양 가족과 친분도 없는데 후원금을 보내와 깜짝 놀랐다”며 “수색작업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오히려 구조대를 잊지 않아 고맙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직지원정대는 2006년 충북산악구조대원을 중심으로 청주에서 인쇄된 ‘직지’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결성한 등반대다. 두 대원은 2009년 9월 ‘직지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25일 오전 5시30분 해발 5400m 지점에서 베이스 캠프와 마지막으로 교신한 뒤 실종됐다.

직지원정대는 대원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계속 실패했다. 두 대원의 시신은 지난달 양 떼를 몰던 현지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두 대원은 서로의 몸을 안전로프로 연결한 상태였다.

산악수색 작전에 특화된 특공대와 기동대 장병들이 자난달 30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조은누리양(14)을 수색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뉴스1]

산악수색 작전에 특화된 특공대와 기동대 장병들이 자난달 30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조은누리양(14)을 수색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뉴스1]

이들은 실종 1년 전인 2008년 6월 히말라야 6235m급 무명봉에 올라 히말라야에서는 유일하게 한글 이름을 가진 ’직지봉’을 탄생시켰다. 파키스탄 정부는 같은 해 7월 27일 이 봉우리의 이름을 직지봉으로 승인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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