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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다” 중국 반도체 굴기 속도전…D램 공장 착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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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반도체는 일본과의 갈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등으로 불확실성에 휩싸였고 중국은 '반도체 굴기'에 나서 판 자체를 바꾸려 한다.
중국은 ‘기술전쟁’ 성격이 강한 미국과의 무역전쟁 중에 ‘반도체 굴기’를 강조하고 나서 단순한 ‘보이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모리 시장 세계 1위라는 ‘현재’의 입지는 굳건하지만 한·일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육성에 본격 나섰다.
국내적으로 반도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책임경영에 제동이 걸린 점도 부정적인 변수로 지목된다.

국영기업 칭화유니, 충칭에 투자 #2년 뒤 D램 웨이퍼 대량 양산 #34조원 반도체펀드 실탄도 준비 #한·일 반도체 균열이 중국엔 기회

세계 반도체 기업 순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세계 반도체 기업 순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 34조원 펀드 조성, 칭화유니 D램 양산 계획    

29일 차이신(財新)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27일 오후 충칭의 양장신구에 D램 반도체 생산공장과 연구센터, 사업본부 등을 설립하는 협약을 충칭시와 했다. 칭화유니는 수조원대 자금을 투입해 올해 말 공장에 착공한 뒤 2021년부터 D램 웨이퍼를 대량 생산할 예정이다. 앞서 7월 말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2000억 위안(약 34조원) 규모의 2기 정부펀드 조성도 마무리했다. 1기 펀드보다 1.5배 규모를 늘렸다. 중국은 이 자금을 반도체와 인공지능, 5세대(5G)통신 등 차세대 분야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과 맞물린 ‘반도체 굴기’ 

그동안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차질을 빚어 왔다.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부품·소재·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제재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공정 구축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D램 양산 나서는 칭화유니그룹. [칭화유니그룹 홈페이지 캡처]

D램 양산 나서는 칭화유니그룹. [칭화유니그룹 홈페이지 캡처]

국영기업인 칭화유니의 경우 2015년 세계3위 D램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하려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은 자회사인 양쯔메모리를 통해 낸드플레시만 생산중이다. D램 양산을 추진하던 푸젠진화 역시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의 제재로 핵심 파트너인 대만 UMC 등과 협력 관계가 끊어져 매각설이 나오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하반기부터 미국과의 무역전쟁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반도체 자체 생산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균열’도 중국엔 기회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반도체 제품 약 378조원 가운데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수입액이 39%에 달한다. 중국은 2025년까지 자급률을 70% 끌어 올릴 계획이다.

"체계적인 반도체 기업육성, 미래 경쟁자 가능” 경고 

한국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70%를 차지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당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고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내려가자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34%, 26%나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반도체 제조사 매출 1위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하는 미국 인텔이었다. 중국의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인 하이실리콘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1%나 급증하며 14위에 올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초격차, 초격차 하면서 중국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다른 제조업에서 봤듯이 중국이 정부주도로 자금을 투자해 기술력을 따라오면 그다음부터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실제 중국은 최근 꾸준히 대만의 반도체 인력을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황민성 연구원은 “중국은 칭화유니의 D램과 낸드를 하나의 회사로 합치는 그림 아래 향후 정부의 자금지원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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