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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4당 선거법 강행처리…한국당 “네 번째 날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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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9일 선거제 개혁안을 진통 끝에 의결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7명과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표결 처리에 반발해 기권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장제원 간사 등의 항의 속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특위위원장(왼쪽)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9일 선거제 개혁안을 진통 끝에 의결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7명과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표결 처리에 반발해 기권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장제원 간사 등의 항의 속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특위위원장(왼쪽)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첫 회의를 연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29일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 연령 18세 하향 등 내용을 담은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민주당 “내년 선거 위해 불가피” #한국당, 오늘부터 이틀간 장외집회 #개정안 법사위서 90일간 심사 #본회의 상정해도 통과 미지수

정개특위는 이날 공직선거법 개정안(심상정 정의당 의원 대표 발의) 표결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이런 식으로 하면 네 번째 날치기”라고 주장했다. 앞서 ▶4월 30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 ▶27일 정개특위 소위 의결 ▶28일 안건조정위 의결까지 거론한 것이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달 말 처리해야 오는 12월 본회의 처리가 가능해 정상적으로 내년 선거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위원 사이 고성이 오가자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민주당)은 “회의가 불가능하다”며 기립 표결에 부쳤다. 전체 19명의 위원 중 김종민 의원 등 민주당 의원 8명과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용주 대안정치 의원 등 11명이 일어섰다. 한국당 의원 7명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앉은 채 “날치기”라고 소리쳤다. 회의장에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찾아 항의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여야 합의로 선거법을 처리해 온 관례를 깼다며 반발했다. 정개특위 산회 직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나 원내대표는 “오늘 대한민국의 의회 민주주의가 좌파 독재 야욕으로 또다시 짓밟혔다”고 반발했다. 한국당은 청문회를 제외한 나머지 국회 일정은 중단했다. 이에 이날 예정돼 있던 예산결산특위, 외교통일위 회의가 모두 취소됐다. 한국당은 오는 30일 부산,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장외 투쟁도 하기로 했다.

◆앞으로 논의 어떻게 되나=진통 끝에 정개특위를 통과한 선거제 개편안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선거제 개편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어 법안은 법사위에서 90일 동안 머무른다. 11월 말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상정되면 표결이 가능하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선거제 관련 여야 협의는 이제부터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우리 당에서도 심 의원 법안대로 선거제가 개편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밀어붙이는 것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국당에 3개월이라는 시한으로 압박해 협상 동력을 다시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야 4당과 한국당 사이의 협상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선거법을 새로 합의하지 않고 한국당이 버틸 경우, 심 의원 법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여당 내 반대 목소리도 있어 통과 가능성은 작다. 또 나 원내대표는 “법적 조치를 하나하나 취하면서 상상할 수 없는 저항을 하겠다. 패스트트랙 절차 진행에서 일체의 정치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입장에선 이번 선거제 개편안 처리로 국정 운영의 부담이 커졌다.

여당으로선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도 걱정이다. 여당은 자신들이 더 방점을 두던 공수처법 등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소수 정당이 원하던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함께 지정했다. 현 상황에선 사법개혁 법안은 선거법보다 한 달 늦게 본회의에 부의된다. 사개특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선거제 개편안이 먼저 처리되면 사법개혁 법안은 처리되지 않는 거 아니냐는 불안이 있다”고 했다.

윤성민·김준영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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