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화학연구원 찾아 “도전적 R&D에 집중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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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G화학 기술연구원을 찾은 구광모(가운데) LG 대표가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 가능한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LG]

LG화학 기술연구원을 찾은 구광모(가운데) LG 대표가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 가능한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LG]

구광모(41) ㈜LG 대표가 대전광역시에 있는 LG화학 기술연구원을 찾았다. 부품·소재 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점검하고,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소재·부품 국산화 정책’과 결을 같이하는 행보다.

차세대 전기차배터리·OLED 등 #부품·소재 미래 성장동력 점검

이날 구 대표는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솔루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메탈로센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등 차세대 소재·부품 연구개발(R&D) 책임자들에게 개발 현황과 전략 등을 듣고, R&D 프로세스 혁신 등 중장기 전략 방향을 논의했다. 그는 “단기적 관점에서 해볼 만한 과제가 아닌 진정으로 ‘고객 가치’를 혁신할 수 있는 도전적인 R&D 과제를 선정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구 대표가 LG화학 기술연구원을 찾은 것은 곱씹어볼 대목이 있다. 우선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등 글로벌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데다 LG그룹 내에서 전후방 효과가 크다. 기술연구원은 LG화학의 미래기술을 책임진 곳이다.

현장에서 구 대표가 살펴본 차세대 소재·부품 중 3세대 전기차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 가능한 제품이다. 기존 1세대(160㎞ 미만)와 현재 2세대(320~500㎞)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LG 관계자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대등한 주행거리를 갖춰 전기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앞당길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배터리”라고 소개했다. 자동차 업계 안팎에선 2020~2021년부터 3세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EV)가 본격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용 배터리를 감싸는 데 필요한 파우치 필름을 놓고도 LG화학은 최근 국산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파우치 필름은 일본 DNP와 쇼와덴코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도 구 대표는 “한국의 주력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소재·부품·장비 등 국내 기초산업이 탄탄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본격화된 직후였다.

구 대표의 방문엔 LG화학이 국내외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데 대한 격려 성격도 빼놓을 수 없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LG화학 기술연구원은 석·박사급 인력 상당수가 근무하며, 공교롭게도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의 기술혁신연구원과 길 하나를 두고 마주해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미국과 국내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말 구 대표가 직접 영입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측면도 있다.

LG화학 CEO인 신 부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직원들의 처우 및 복지까지 포함해 누구나 일하고 싶어하는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LG화학은 노인호 최고인사책임자(CHO) 밑에 ‘조직문화·리더십 개발 담당’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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