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용의 딸은 공부 안 해도 장학금 타, 우린 붕어의 자녀…개탄” 부산대서 촛불집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운동장에서 ‘촛불집회 추진위’주최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학내 비리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28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운동장에서 ‘촛불집회 추진위’주최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학내 비리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씨의 의학전문대학원 관련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부산대학교에서 28일 열렸다.

이날 오후 6시30분 부산 금정구 부산대 정문 인근에 있는 운동장인 ‘넉넉한 터’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100여명이 모였다. 집회는 당초 6시에 시작될 것으로 예정됐으나 갑작스러운 비에 30분 연기됐다. 우비와 우산을 쓴 부산대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서서히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학생증이나 학교 홈페이지 로그인 등을 주최 측에 확인시키는 방식으로 재학생과 졸업생임을 인증한 뒤 집회장으로 향했다. 주최 측이 정치색 논란을 배제하기 위해 참자 가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는 부산대 재학생 혹은 졸업생이 한 명씩 앞에 나와 의견을 이야기하는 자유 발언 형식으로 진행됐다.

촛불추진위는 “우리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모든 청년들을 상대적 박탈감에 빠뜨린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해 자발적으로 모인 부산대 학생들이다”며 “주권을 가진 ‘국민’, 그리고 교육권을 가진 ‘학생’으로서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자녀 관련 학내 비리 의혹에 대해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산대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입학, 학사행정, 장학금 지급 등에 대한 위법성과 반공정성의 존재 여부에 대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진상조사위에 학생대표와 외부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조사 과정과 결과를 전면 공개하고, 부당업무처리 내용이 발견되거나 특혜 부여로 부산대의 명예를 실추시킨 경우 관련자를 법적 조치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자유 발언에서 한 학생은 “법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가장 공정해야 할 교육이 불평등의 장을 구성했다”면서 “정의를 무너뜨린 그대가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가. 평등을 부정한 조국에 조국의 평등이 있는지 묻는다”고 말했다.

다른 한 학생은 “나도 성적이 좋지 않아 장학금을 받으러 나왔다”며 우스갯소리를 한 뒤 “너는 되고 나는 안 되는 장학금은 평등이 아니다”고 외쳤다.

또 다른 한 학생은 “우리는 장학금 한 번 받는 것에 일희일비하는 붕어·가재의 자녀이다. 용의 딸은 공부를 안 해도 장학금을 받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면서 “그동안 조 후보가 보여준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가 자기 자녀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졸업생 자격으로 발언대 오른 한 학생은 “검찰이 학교를 압수수색했다”면서 “조 후보 딸의 입학과정과 유급을 둘러싼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슬퍼하고, 분노하고,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장에 마련된 좌석 주변에는 통제선을 설치해 외부인 출입을 막았다. 일반 시민 100여명은 통제선 밖에 준비된 의자에 앉거나 주변에서 집회를 지켜봤다. 당초 주최 측이 예상했던 400∼500명보다는 인원이 못 미쳤다.

학생들이 든 피켓에는 ‘유급생이 장학금?’, ‘규탄한다 장학 특혜 촉구한다 진상규명’, ‘특혜의혹 규명 촉구’ 등이 쓰여 있었다. 학내 곳곳에는 ‘슬퍼 마라, 분노하라, 일어나라’는 문구가 붙었다.

집회는 약 1시간 정도 진행된 뒤 끝났다. 촛불추진위원회는 이날 집회를 끝으로 해산한다.

촛불추진위는 부산대 총학생회 계획과는 무관하게 이날 촛불집회를 강행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29일 오후 7시까지 조 후보자 자녀와 관련된 의혹에 대한 재학생들의 의사를 묻는 ‘학생 총투표’를 실시한다. 학생 총투표는 온라인 선거 시스템을 이용한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개표는 오는 29일 오후 7시30분 대학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총학생회는 투표 결과에 따라 공론회장을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28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운동장에서 ‘촛불집회 추진위’주최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학내 비리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28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운동장에서 ‘촛불집회 추진위’주최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학내 비리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