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 풀어도 주택담보대출 수요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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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금융감독 당국의 대출 규제로 위축됐던 주택담보대출이 7월 들어서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금융 당국의 창구 지도는 중단됐지만 정작 돈을 쓸 사람이 많이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규제와 금리 상승 탓에 자금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1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4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택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13일 기준 133조70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보다 4443억원 늘어난 것이다. 1조1893억원에 달했던 6월 상반월(6월 1~15일)의 증가액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신규 대출이 아예 막혔던 지난달 하반월의 증가액(2853억원)에 비해서도 고작 1590억원 정도만 늘어난 것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액이 이달 들어 661억원에 그쳐 6월 상반월 대출액(2596억원)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하나.우리.신한은행 역시 7월 대출 증가세가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30~50%에 그치고 있다.

이사.전세가 뜸한 여름철 부동산 비수기란 점을 감안해도 이 같은 제자리걸음은 이례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 여파에다 시중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움츠러든 대출 수요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급격한 주택담보대출 수요 둔화세가 위축된 부동산 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나은행 김창수 재테크팀장은 "주택담보대출이 이달 재개된 이후에도 대출 증가세가 이처럼 미미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하반기엔 주택 수요가 감소해 부동산 경기에도 적잖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실적이 부진하자 하반기 이후 실적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주택담보대출(주택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200조원으로 예금은행 총대출(645조원)의 31%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위축될 경우 대출부문의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새롭게 대출자금을 운용할 만한 곳을 찾아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 대출의 경우 경기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급감하면서 중소기업 및 소호 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큰 데다 대출해 줄 곳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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